[데스크칼럼] 피켓팅의 미래-②공급자와 수요자...그리고 중재자

 공연/스포츠 티켓 재판매는 리셀 시장의'뜨거운 감자'다. 아파트부터 미술품을 비롯해 명품 의류에 러닝화까지, 대부분의 재화는 되파는 것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독  공연, 스포츠 경기 관람 티켓 재판매만 죄악시되며 '암표'라는 이름으로 단죄돼 왔다.

 

 국내에서는 부정적 시선이 우세한 상황이다. 최초 발매가 보다 비싼 가격으로 실거래가가 형성되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재화는 한정돼 있고 수요가 많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진리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없다. 

 

 2차 티켓 시장은 단순하지 않다.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대량 매집하고 턱없는 가격에 되파는 암표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1차 구매보다 낮은 가격에 티켓을 리셀 하는 사례도 살펴 봐야 한다. 취소가 불가능한 시점에 개인적 사정이 생겨 티켓을 양도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일단 좌석부터 확보한 다음 원하는 좌석을 리셀 시장에서 구하는 이들도 많다. 기계적인 공정성만 추구한 결과다. 콘서트 티켓 구매를 위해 타짜 보다 빠른 ‘광클’을 수련하거나 그저 운에 맡겨야 하는 것이 최선일까. 관객이 항상 약자인 상황이 영원히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티켓 마스터(Ticketmaster)나 스텁 허브(StubHub) 같은 리셀 플랫폼을 통해 재판매를 허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2차 티켓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의 사회적 시선은 보수적인 성향이 여전하다. 현실에 걸맞은 대안을 찾고 있지만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이 다르고, 실무와 관계된 다양한 주체들의 입장이 달라 단기적으로 해법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각각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콘텐츠 공급자는 암표 문제가 지긋지긋하다. 결국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은 아티스트와 소속사기 때문. 양성화에 따른 실구매가 상승이나 거래 관련 사고 등 부작용만 해결한다면 리셀 티켓 판매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매니지먼트사야 저희가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니 투명한 방식으로 거래되면 너무 좋죠. 하지만 악의적인 접근은 문제에요. 저희는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니고 결국은 티켓 유통 플랫폼에 일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고가에 리셀된다고 해서 저희가 얻는것은 전혀 없으면서 마치 도덕적 문제가 매니지먼트사와 아티스트가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속상하죠."(K팝 메이저급 기획사 임원 A씨)

 

"리셀이 꼭 필요할지 의문이긴 해요. 티켓에 프리미엄을 붙이는 것을 합법적으로 하라고 판 깔아주는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장을 양성화해 열어 준다 해서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에요. 메크로를 통한 대량 구매, 불법적인 티켓 판매 등을 추적하거나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 먼저고 가격의 상한선과 하한선이 엄격해야 할 것 같아요. 가격 교란 행위가 생길 테니까요. (또 다른 K팝 대형 기획사 관계자 B씨) 

 

"높은 가격을 주고 티켓을 구한 고객들은 이미 기대치가 차액 이상으로 높아져 있어 컴플레인 응대가 더 어려워요." (테마파크 임원 C씨) 

 

-공연/스포츠와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입장권’ 리셀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테마파크 업계에서는 구매 가격이 올라가면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고객의 기대치가 높아지면 그만큼 서비스 현장이 힘들다는 것이다.  

 

-티켓 수요자들은 티켓 리셀이 활성화되면 공연을 보는 비용이 오를 것을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매크로를 이용한 조직적인 암표상이 주는 폐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다. 

 

"코어팬들은 그마저 있던 평등한 권리마저 빼앗기는 듯한 박탈감이 들어 난 별로예요. 클래식의 경우 나잇대가 있는 사람들은 웃돈주고 사는 게 일반화 됐죠. 좋은 자리는 리셀 아니면 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매 공연 때마다 비슷한 사람이 비슷한 좌석에 앉아있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미국을 보면 리셀 시장 자체가 양성화되어있어서 인기많은 공연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라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죠." (클래식 공연 관람에 진심인 직장인 D씨)

 

"9월에 콘서트 있는데 티켓 구하기 어려워서 리셀(티켓) 찾는데 걱정이 태산이에요. 티켓에 문제가 있어서 현장에서 못 들어가게 될까봐 무서워요. (열정적인 30대 캐럿(세븐틴 팬덤) E씨)

 

 

"매크로 암표상부터 해결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에서 리셀 티켓 거래는 쉽지 않아 보인다. 티켓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한 저항이 거셀 것이다." (미국 공연까지 따라 갔다 온 40대 아미(BTS 팬덤) F씨) 

 

 

이미 티켓 리셀 거래를 중계하고 있는 각 플랫폼의 입장은 어떨까. 

 

"리셀 플랫폼은 단순히 티켓을 사고파는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개인 간 거래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사기를 예방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판매자의 신원을 먼저 확인해 사기나 잠적 같은 피해를 미리 막고, 결제도 안전하게 에스크로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구매자는 티켓을 받고 공연을 관람한 뒤에 구매 확정을 해야 판매자에게 돈이 넘어가요. 이런 구조 덕분에 가짜 티켓이나 티켓 사기 거래를 막을 수 있죠." (티켓 리셀 전문 플랫폼 관계자)

 

 

"캡을 씌우면 되죠. 상한선만 정해도 문제가 많이 사라집니다." (종합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 임원)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양성화 위한 가이드라인이 완성되면 그에 맞춘 리셀 플랫폼 많이 나올듯하다. 리셀이 필요하다고 공감하지만 리셀가는 정상가 기준으로 투명하게 책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의의 관객이 표를 구매후 기한 등의 문제로 티켓을 환불할 수 없다면, 사표가 되어 객석이 비거나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되는것은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고 공연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초대형 E커머스 쇼핑몰 임원)

 

이재명 대통령도 '모두에게 공정한 예매시스템 도입'에 관심이 많다. 

 

대선 공약으로 암표를 방지하기 위해 선착순 예매 대신 추첨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논란이 일자 '매크로 사용 등 암표상 처벌 강화'로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최휘영 신임 문체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다. 그는 인터파크트리플 대표이사 재직 당시인 2024년 하이브, 비바퍼블리카(토스)와 '얼굴 인증 암표 방지 솔루션' 관련 MOU를 체결했다. 최 장관은 임기내에 티켓 리셀에 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서 더 발전적인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무작정 막는다고 해봐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 환경을 보장하는 플랫폼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다.

 

전경우 문화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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