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는 사회] 경기침체 이어지면 회생 증가도 계속될 것

연령대별 채무자 비율. 서울회생법원 제공

 코로나를 지나면서 금리 인상 시기가 찾아왔다. 청년, 노년할 것 없이 빚이 불어나고 있지만, 특히 경제적으로 궁핍해진 노년층이 늘면서 이들의 회생과 파산 신청이 늘고 있어 염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침체된 경기가 나아지는 것인데, 현재로써는 해결될 기미가 아득해 보인다.

 

20일 서울회생법원 자료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60세 이상인 채무자의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50~59세 및 60세 이상인 채무자 비율은 79.9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울회생법원 공보판사는 “금리 인상과 물가상승, 코로나19 한시적 지원 조치 중단 등이 겹치면서 개인회생 증가 추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훈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시기상으로 보면 코로나 때 빚을 내 어떻게든 영업을 해온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금리 인상 시기가 되면서 더는 버티기 힘든 형편에 (회생 신청까지) 온 것”이라며 물가도 오르고 소비도 침체되는 등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회생 사건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변호사는 노년층의 회생 신청 증가에 대한 우려에 대해 “현실적으로 노년층보다 청년층이 대출이 잘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년들은) 추가로 대출을 받아 막을 수 있지만 노년층은 대출이 된다고 해도 이자 등에 대한 부담도 훨씬 크다 보니 파산하는 경우가 많고, 자영업자의 부부파산 신청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제도는 파산에 직면한 자영업자, 회사원 등 꾸준한 수입이 있는 사람들이 3년 내지 5년 동안 빚을 성실하게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받는 제도로 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재조정해 파산을 구제하는 일종의 개인 법정관리다. 

 

 정 변호사는 “(법원마다 다르지만) 3~5번 정도 채무액 지급이 늦어지면 법원에서 경고문이 날라올 수 있는데 5년간 채무를 갚는 분들은 굉장히 성실한 편이다”라며 “빌린 금액은 얼마 안되지만 이자가 과도하게 불어나는 경우도 있어 이런 분들은 원금만 갚을 수 있도록 조정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풀리고, 물가가 안정돼야 회생과 파산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제기구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을 낮춰잡고, 국제유가 상승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저성장 터널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정 변호사는 “개인회생, 파산 등의 문제는 경제, 경기와 연관성이 깊은데,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내년까지는 이러한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회생법원 공보판사 또한 “경기 불황 요인 중 하나라도 개선되지 않는 이상 줄어들 가능성은 적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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