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 양광영 전북은행 수원외국인금융센터장 "'CSR파이낸스' 모범사례 만들 것"

10개국 출신 직원 상주 특징…주말에 더 붐벼
종합 금융서비스 제공…사회적 기여 실현 목표

금융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은행·증권· 보험 등 전통적 방식의 업종 간 칸막이가 무의미해지고  IT기기 발달 등으로 글로벌·디지털화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같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금융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금 융통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금융의 본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비즈는 자산관리, 디지털 및 글로벌 전략, 빅데이터, 소비자보호, 핀테크 등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을 통해 싣는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과 금융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도 함께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외국인 노동자나 이주민 등에 특화된 은행 점포가 있다. 경기 수원시 매산동 소재 전북은행 수원외국인금융센터(외국인금융센터)가 그 곳이다. 전북은행은 비전문취업(E-9)비자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금융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재외동포(F-4), 한국 영주(F-5), 결혼이민(F-6)비자 소지자 등으로 서비스 대상군을 넓혔다.

 

양광영 전북은행 수원외국인금융센터장(사진 맨 왼쪽)이 외국인 공동체 행사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 센터장은 "한국 거주 노동자 및 이주자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지원은 물론, 이들의 생활불편 해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은행 제공

 

양광영 센터장은 지난 2018년부터 2년 간 외국인금융센터점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전북은행이 종전 수원지점을 외국인금융센터로 확대 개편할 때부터 운영방향을 설계해 이를 추진해왔다. 과거 수원지점 내 캄보디아 데스크에서 시작한 외국인금융센터점은 현재 서비스 국가가 현재 10개국까지 늘었다. 수원 이외에 안산, 김포, 화성, 익산, 김해 ,동대문 등에도 외국인 대출을 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양 센터장은 메리츠종금증권 마케팅팀장, 전북은행 마케팅지원팀장, 영업기획부장, 신사업추진부장, 미래금융부장 등을 거치며 주로 기획 및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전북은행이 2013년 선보인 'JB다이렉트' 역시 그가 실무를 도맡아 진행한 업무다.

 

그는 "외국인 특화 금융은 임용택 전북은행장이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 인수 추진을 위한 출장 중 E-9 근로자의 금융수요에 착안한 데에서 본격 논의된 사업"이라며 "약 27만 명 수준인 E-9비자 소지자를 중심으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9비자 발급 대상인 고용허가제 선정국가들은 대체로 신용대출 상품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최저금리가 연 40%를 넘는 곳도 있다. 전북은행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를 틈새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외국인금융센터는 E-9비자 고객들이 한국 입국 전 현지에서 빌린 고금리대출의 대환을 비롯해 생활안정자금 및 현지투자 자금 등을 지원한다. 이 밖에 후불교통카드 기능 및 30만 원 한도의 신용이 공여되는 하이브리드체크카드 발급, 해외 무료송금서비스, 급여통장 발급 등의 금융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외국인금융센터의 누적 대출실적은 1400억 원에 이른다. 이 곳에서 금융지원을 받은 이들도 2만 명에 달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가 특징인 만큼 네팔·미얀마·캄보디아·베트남·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우즈베키스탄·몽골·방글라데시 등 10개국 출신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은 대출 영업, 연체관리뿐만 아니라 각국 공동체 행사에 참여하는 역할도 함께 맡는다. 체당금 관련 교육 땐 통역사로도 활약한다.

 

전북은행 수원외국인금융센터에서 진행한 체스 대회 장면. 전북은행 제공

 

양 센터장은 외국인금융센터가 '문을 닫지 않는 은행 점포'라고 강조한다. 영업 대상이 외국인 노동자들인 만큼 센터는 평일보다는 주말에 붐빈다. 그는 "평일 은행 영업시간 이후에도 페이스북 등 SNS채널을 통해 고객상담을 받는 데다, 주말엔 100여 명의 외국인 고객들이 점포를 찾는다는 점에서 외국인금융센터는 밤낮없이, 일 년 내내 운영되는 점포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주말엔 영업점 공간이 한국 생활을 소개하는 강의나 체스 대회 등을 위한 장소로도 쓰인다. 은행 점포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랑방 역할까지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점포폐쇄를 고민 중인 여타 은행과 달리 외국인금융센터만큼은 니치마켓(틈새시장)에 잘 접근한 사례"라고 말했다. 

양광영 전북은행 수원외국인금융센터장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직원들의 출신 국가가 각기 달라 언어, 생활 및 문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 센터장은 "직원들 간 한국어 및 영어 구사 수준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이를 고려해 업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비(非)한자문화권 출신 직원들은 '여신', '수신', '완제' 등 한자식 표현을 이해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자들이 연체나 신용관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단기연체자가 많다"며 "부득이한 회사 휴·폐업이나 대출자의 본국 귀국 등 연체관리 비용을 높이는 요소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센터장은 'CSR 파이낸스(기업의 사회적책임 기여를 위한 금융)' 강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외국인 특화 금융은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면서 "정착자금 대출 등 이들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금융지원은 물론 외국인 고객들의 생활불편 해소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는 이주민 대상 금융서비스를 특화한 캐나다의 TD뱅크를 꼽았다.

 

전북은행 수원외국인금융센터는 외국인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한국어강좌, 비자 제도 안내 등 생활편의를 위한 정보 제공활동도 진행한다. 사진=오현승 기자

 

외국인금융센터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무료 숙소(쉘터)도 운영한다. 양 센터장은 "이직 전 구직활동 중인 E-9비자 노동자들을 상대로 무료로 생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며 "최대 15명까지 생활이 가능한 공간으로, 캄보디아 출신 전북은행 직원이 상주해 쉘터를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외국인금융센터는 생활 한국어 강좌, 비자 제도 안내, 노무 상담 및 투자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내방객에겐 컵라면, 발열내의 등 작은 선물도 잊지 않는다. 양 센터장은 "외국인금융센터를 통해 전북은행이 CSR파이낸스를 가장 잘하는 은행이라는 평판을 얻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 양광영 센터장 "야구에서 마케팅 영감 얻어요"

 

양광영 전북은행 수원외국인금융센터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광이다. 전주 출신으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야구의 매력에 빠졌다. 이 같은 열정은 메리츠종금증권 재직 땐 사내야구단 '골드크로스' 창단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2011년엔 '홈런치는 마케팅'을 펴내기도 했다. 양 센터장은 야구 경기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을 마케팅 기법에 접목시켜 풀어냈다. 같은 센터에서 근무 중인 강서윤 부지점장이 공동저자다. 그는 소비자행동론, 시장조사론 등 마케팅 관련 책읽기가 취미다. 도올 김용옥의 저서도 즐겨읽는다.

 

외국인 특화 금융에 대한 관심 때문일까. 그는 "수원역 인근 매산시장 지하에 위치한 동남아시아 푸드코트를 들러보라"고 추천했다. 양 센터장은 직원들과 함께 이 곳을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네팔식당에서 판매하는 커리와 난을 권했다. 락볼링장이나 스크린야구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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