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베트남①] '기회의 땅' 베트남 달려가는 은행들

높은 성장 가능성에 베팅…韓 은행자산 57억불 '훌쩍'
전통 리테일 영업 한계…차별화 전략이 성패 좌우할 것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국과 베트남 간 교류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추세다. 정부도 베트남을 신(新)남방정책 국가 중 핵심파트너로 꼽으며 경제에서 인적교류 분야까지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 금융회사들도 7000곳 넘는 한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는  베트남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연 평균 6%에 달하는 높은 경제성장률, 여기에 여전히 낮은 금융시장 침투율 등도 메리트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파이낸스는 '꿈틀대는 베트남' 시리즈를 통해 현지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 및 양국 간 교류 현황을 분석하고 향후 성공전략 등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베트남 내 국내은행 법인의 수는 3곳, 지점과 사무소를 설치한 은행은 각각 9곳, 7곳으로 모두 19곳이다. 이는 중국(16곳), 미국·인도(15곳) 보다도  많다.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이 베트남을 생산거점으로 삼은 데다 중소 제조업체들도 인건비가 낮은 베트남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고위관계자는 "아세안(ASEAN) 10개국 중 한국 기업의 약 70%가 베트남에 소재해 있다"며 "기업들이 아세안 투자의 교두보로 베트남을 선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에 국내 은행들의 금융서비스는 한국 기업들과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차원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현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IT기술에 바탕을 둔 디지털분야로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은행 계좌를 보유한 베트남 인구의 비중이 30%에 불과한 점도 기회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현지 안착한 신한베트남은행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베트남 내 자산규모는 지난 2015년 말 37억 7000만 달러에서 2016년 48억 1000만 달러, 이듬해 57억 2000만 달러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베트남 내 국내은행 법인의 수는 3곳, 지점과 사무소를 설치한 은행은 각각 9곳, 7곳에 이른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일찌감치 지난 1993년 호찌민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이후 2008년 법인 설립 인가를 따냈고 이듬해 신한은행 호찌민지점을 신한베트남은행으로 법인전환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자산 규모와 고객수는 33억 달러, 90만 명에 이른다. 베트남 내 외국계은행 중 단연 1위다. 이 은행은 지난해 12월 ANZ베트남의 리테일부문 인수를 완료한 후 대출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신한은행의 효자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2018년 3분기까지 거둔 국외 점포 순익은 2448억 원이다. 이 중 신한베트남은행의 비중이 31%나 된다. 일본법인인 SBJ은행(18%)의 비중보다도 훨씬 높다. 현지 지점수는 30곳, 임직원수는 1700여 명까지 늘었다. 모바일폰 충전, 스쿨뱅킹 등 디지털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도 추진중이다. 최근 들어선 현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업체와 대출 상품을 공동 개발하거나, 퓨쳐스랩 운영을 통해 현지 핀테크 업체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과 잘로는 지난달 디지털대출 상품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신한은행

◇보폭 넓히는 韓 은행…현지은행 지분 인수도?

신한베트남은행이 ANZ베트남 리테일 부문 인수를 퀀텀점프의 계기로 삼았다면, KEB하나은행은 베트남은행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 은행은 베트남 현지 '빅3'은행 중 한 곳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지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지분 인수는 BIDV가 신주를 발행하면 KEB하나은행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앞서 BIDV는 지난 2014년 주주총회에서 지분의 30%를 해외투자자에게 매각하기로 승인했지만 여전히 정부가 지분 95% 이상을 갖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KEB하나은행의 BIDV 지분은 총 자본금의 15%가 된다. 이번 딜은 내년에 적용 예정인 바젤2 자본비율을 맞추려는 BIDV의 필요와 베트남시장에 효율적으로 진출하려는 KEB하나은행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특히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베트남중앙은행 총재를 찾는 등 최고경영진 차원의 관심도 적잖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6년 10월 베트남우리은행 신설 라이선스를 얻은 후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은행은 지난 2017년 하노이·호찌민·박닌에서 영업을 시작한 후 지난해 6월엔 베트남중앙은행으로부터 베트남 타이응우옌, 하남, 하이퐁, 뇬짝(동나이 성), 빈증 등 5곳에 새 지점 개설을 승인받고 지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한인 거주지인 호찌민 7군 푸미흥엔 여·수신 취급기능을 갖춘 출장소 1곳을 개설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7년 베트남우체국보험과 손해보험부문 방카슈랑스 업무제휴를 완료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우리카드와 손잡고 자체 신용카드를 내놓는 등 서비스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베트남우리은행 하노이지점이 있는 하노이 랜드마크 타워 전경. 사진=오현승 기자

NH농협은행은 하노이지점의 자본금을 3500만 달러에서 8000만 달러로 늘렸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지난달 호찌민 시인민위원회 부회장과 면담하는 등 호찌민 지점 개설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현지 대형은행인 아그리뱅크와의 협업도 눈길을 끈다. KB국민은행은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베트남 진출이 늦다. 하지만 이 은행은 이달 중 하노이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현지 영업에 본격 시동을 걸겠다는 각오다. 하노이지점의 초기자본금은 3500만 달러로 현지 당국으로부터 99년 간 영업기간을 승인받았다.

◇법·제도 미흡…"차별화된 경쟁력 갖춰야"

베트남 은행시장이 기회만 있는 건 아니다. 금융감독원 하노이사무소는 "베트남에선 금융관련 법과 제도가 전반적으로 미흡하고 법령이 수시로 제정 및 개정된다"며 "현지 감독당국의 권한과 재량권은 강한 반면 감독정책 집행 등은 불투명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금융당국이 외국계 자본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도 관건이다. 외국계 자본을 끌어들여 자본확충 효과와 금융선진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은행업이 국가 핵심산업이라는 점에서 개방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삼성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베트남 정부로선 핵심 자산인 금융시장을 해외자본에 쉽게 열어주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부실정리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외국 자본을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법은 베트남 금융회사의 외국인 지분을 전체의 30%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베트남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국계 은행 간 유사한 서비스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경쟁은행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해외 진출 시 어떤 지역에 진출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영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한 예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특화된 영업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KB국민은행은 개인금융 노하우가 높으니 이 같은 강점을 잘 살려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은행업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은행과의 경쟁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 예로 일본 미즈호은행은 지난 2012년 비엣콤뱅크의 지분 15%를 인수해 보유 중이다. 미츠비시도쿄UFJ은행 역시 같은 해 비엣틴뱅크 지분 20%를 사들였다. 미쓰이스미토모는 일찌감치 지난 2007년부터 10년 넘게 엑심뱅크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은행은 엑심뱅크 지분 15.7%를 보유 중이다.

hsoh@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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