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건강 경영'<1>] 건강 챙기니 생산성 껑충…이제는 '건강 경영'

"기업 경영 마인드를 바꿔라"…마른 수건 짜내기식으론 생산성 한계 직면
무작정 변화와 혁신만 주문해선 안돼…임직원들의 건강이 최고의 경쟁력
세계파이낸스, 韓·日 건강경영 현주소 진단 …현지 취재· 설문조사 진행

 

 

이웃 일본의 경우 정부와 기업이 직접 나서 직원들의 건강을 챙긴다. 특히 건강 경영이 직원들에게 활력을 주고 결국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경험적 사실을 토대로 다양하고 촘촘한 건강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건강에 대한 책임이 직원 개인에게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임직원의 건강을 위해 일회성 건강검진과 일부 건강관리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파이낸스는 건강경영의 중요성과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별도 취재팀을 구성, 일본 현지 취재 및 설문조사 실시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건강경영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법 등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도쿄·오사카=세계파이낸스 장영일·유은정·이정화 기자]  사람, 즉 인재가 재산이라는 데 누구나 공감한다. 그렇다면 소중한 인재가 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건강한 신체와 정서적인 안정이다. 가장 의미있고 값진 투자가 바로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건강 경영을 펼치는 기업들은 임직원들의 건강이 곧 회사의 운명이자 경쟁력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혁신하면 떠오르는 쓰리엠(3M)은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 매년 상위권으로 이름이 오르는 기업이다. 3M은 직원의 실패와 도전을 용인해주는 회사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직원들의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기업의 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다.

3M은 임직원들이 업무 이외에 겪는 건강, 가족, 음주, 재정 등 개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종업원 지원 프로그램(EAP)를 도입했다. 개인의 독창성이 적절히 보상 받고 임직원의 보건· 안전이 보장되며 혁신성이 장려되는 작업장을 유지한 결과 3M의 생산성은 80% 향상됐다.

오늘날 수 많은 기업들은 '마른 수건도 짜면 물이 나온다'라며 임직원들에게 생산성 향상과 변화·혁신만을 주문하고 있다. 이들은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 위해 임직원들을 극한의 스트레스로 내몬다. 구성원들의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는 생산성 저하 뿐만 아니라 의료비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킨다.

이를 일찌감치 깨달은 일본은 '건강경영' 개념을 도입하고 일본 기업들이 직원들의 건강관리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건강 경영이란 직장인의 건강 유지 및 증진을 경영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전략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는 감소하고 국가적으로 사회보장비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경영의 1차 목적은 기업이 현재 보유한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건강보험 조합의 재정이 악화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건강경영을 전략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을 표창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의 새로운 성장전략인 '미래투자전략 2017'에 건강 경영을 포함시켰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보고서나 CSR 보고서 등에 '종업원의 건강관리나 질병예방 등 관련 대책'을 명기하도록 하고 있다. 건강경영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저리 대출 등을 알선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정부로부터 건강경영기업으로 선정된 다이후쿠사는 '심신건강 만들기 위원회'를 운영, 직원들의 건강 증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위원회는 매년 △생활습관병(성인병) 억제 △암 건강진단율 향상 △마인드케어 등 세 가지 큰 틀에서 목표치를 설정하고 매년 3월말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및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위원회는 오는 2020년까지 생활습관병 소견률을 지난해 기준 52.6%에서 4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 서비스업체 베네피트원의 대표적인 정신 건강 정책은 24시간 임직원 전용 상담 서비스다. 베네피트원은 365일 24시간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로 인한 고민 상담뿐 아니라 연애, 가정 문제 등 무엇이든 상담이 가능하다. 산업 전문 상담사와 변호사 등이 직원의 고민을 들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기업 실적도 개선됐다. 매출액의 경우 지난 2015년 212억7700만엔(약 2166억7007만원)에서 243억6600만엔(약 2481억 2628만원)으로 14.5% 늘었고, 영업이익도 4681만엔(약 4억7672만원)에서 6024만엔(약 6억1349만원)으로 28.7% 증가했다.

세제, 비누 등을 만드는 화학업체 카오 그룹 역시 4년 연속 건강 경영 우수 기업에 뽑혔다. 카오 그룹은 '직원이 건강해야 좋은 제품도 만들 수 있다'는 이념 하에 2008년 건강 선언을 발표했고 워킹 캠페인, 내장지방 측정 이벤트, 사내 식당 건강식 제공 등을 실시해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정기 건강검진, 의료비 지원, 기업 내 운동 동아리 운영 등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건강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건강 경영에 소극적이다.


세계파이낸스가 설문조사 업체 나우앤서베이에 의뢰해 20세 이상 남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38%)를 한 결과, '기업이 임직원의 건강에 대해 책임이 있다'라는 질문에 '그렇다(51.6%)', '매우 그렇다(21.4%)'라고 한 응답자는 73%로 나타났다.

'현재 재직중인 기업이 임직원의 건강을 얼마나 챙기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매우그렇지 않다(6.2%)', '그렇지않다(21.6%)', '그저그렇다(43%)'로 총 70.2%에 달하는 응답자가 불만족을 표시했다.

다른 조건이 같다고 가정했을 경우 더 나은 건강 증진 프로그램이 있는 회사로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72%에 달했다.

최근 들어 임직원과 가족건강을 챙기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경영철학 아래 심신의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 외에 육아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모바일커머스 티몬은 '회사가 성장하면 직원 건강혜택도 강화돼야 한다'는 모토 아래  건강 상담부터 안마사 마사지, 피트니스센터 회원권 제공 등  직원 건강 증진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꾸준히 도입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에 선정됐고, 고용노동부의 일·생활 균형 캠페인 우수기업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라는 경영철학에 따라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고 즐거운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즐거운직장팀'은 새로운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오고 있다.

신한카드는 직원들의 신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사내클리닉 상주 의료진들이 예방접종부터 치료까지 원스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또  재미와 펀드를 합친 '뻔뻔한 금연'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담은 금연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같은 건강경영이 기업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직원 건강이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업의 건강경영은 복지 차원을 넘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나아가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기업 건강관리체계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관련지수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강압적으로 건강 경영 정책을 추진하면 오히려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건강 경영 우수기업에 제도적으로 지원을 제공하는 등 자발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국민건강 증진 공공 캠페인」(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의학연구소 주최)에 선정된 기획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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