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결렬 여파에 우울한 남북경협주

대북 제재 완화 가능할까…남북경협 미래 ‘불투명’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경협주들의 주가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대북 제재 완화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향후 전망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북미 정상회담 결렬 소식 후 남북경협 관련 130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10.35%나 떨어졌다. 전체 시가총액은 134조594억원에서 128조4629억원으로 5조5965억원 줄었다.

단 하루만에 수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4일에도 시장의 실망감은 지속됐다.

금강산 관광 관련 수혜주로 꼽히는 대표적인 남북경협주 아난티는 이날 2만350원으로 거래를 마쳐 전거래일 대비 3.55% 하락했다.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가진 현대아산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9만200원)도 5.35% 내렸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좋은사람들은 3.89%, 인디에프는 3.93%, 제이에스티나는 3.83%씩 각각 후퇴했다. 

더 우울한 부분은 남북경협주의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간 실무회담이 재개되기 전까지는 모멘텀 부재에 따른 남북경협주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현 시점에서 추격매도는 실익이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남북경협주의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주가가 상승의 시발점이었던 지난해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직전 수준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희망적인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회담 결렬 후에도 호의적인 의사를 표하며 협상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날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희망의 불씨를 피웠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북한이 모두 회담이 굉장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며 협의를 계속할 의사를 나타냈다”며 “극단적인 사태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도 “협상의 틀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며 “양쪽이 상호 동의할 수 있는 합의조건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비핵화와 관련해 양국의 이견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회담 결렬 후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국제연합(UN)이 채택한 대북제재 11건 중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에 대해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5건의 제재 해제는 사실상 전면 해제를 뜻한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이는 북한의 교묘한 협상 전술"이라며 "사실상 영변 핵시설만으로 제재망을 다 허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즉, 5건의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이 더 이상 협상 테이블에 나올 필요가 없으므로 미국이 받아줄 수 없는 조건인 셈이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은 거듭해서 북한 측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전에는 제재를 해제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빅딜’,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의장은 “북한의 제안은 CVID라는 국제사회의 목표에 조금도 근접하지 못한 상태”라며 “당분간 대북 제재 해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남북경협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연구원은 "북한의 전향적 입장 선회와 중국의 적극적 개입이 구체화되는 경우 남북경협주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정부가 남북경협에 워낙 적극적이기에 북한이 요구조건을 대폭 낮춰 이에 집중할 경우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제기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결정하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부분적 제재 완화를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경협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며 적극적인 의사를 표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5건 해제의 교환은 불가능하지만 개성공단 재개 등과 맞바꾸는 ‘스몰딜’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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