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대신 이재근 택한 KB금융…KB발 ‘세대교체 태풍’ 부나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된 이재근 KB금융 부문장.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된 이재근 KB금융 부문장.

 

국내 리딩금융그룹인 KB금융그룹의 수장이 전격 교체된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을 단독 추천했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서는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양종희 현 회장의 무난한 연임을 유력하게 점쳤던 터라, 이번 인선은 금융권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안긴 최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4명 교체기 맞물린 금융권 ‘세대교체’ 신호탄

 

KB금융의 이번 파격쇄신은 연말연시 금융권 인사 지형을 뒤흔드는 대형 변수가 됐다. 당장 올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 임기가 만료되는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산하 계열사 대표급 최고경영자(CEO)만 54명에 달한다. 특히 내년 2월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의 임기 만료를 필두로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의 거취 역시 줄줄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특히 업계 선두인 KB금융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현직 회장이 연임 문턱을 넘지 못함에 따라, 금융권 전반에서는 ‘과거 성과주의에 안주하는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고 ‘전면적인 인적 쇄신과 60년대생 리더 전면 배치’ 기조가 한층 거세게 불어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정’ 대신 ‘미래’ 택한 KB금융 회추위

 

양 회장은 재임 기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2024년 4조4000억원대 순이익에 이어 2025년 5조원에 육박하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고, 비은행 이익 기여도를 44%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40% 안팎으로 올리며 ‘밸류업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연임이 불발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가이드라인과 세대교체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참호 구축과 셀프 연임을 막기 위해 조기 승계 절차와 현직 프리미엄 배제를 강조해 왔다. 회추위는 이를 엄격히 반영해 현직 가산점을 없앴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배상 책임과 연이은 금융사고로 인한 내부통제 리스크, 인공지능(AI) 기반 금융 패러다임 전환 국면에서 1961년생(만 65세)인 양 회장보다 5살 젊은 1966년생(만 60세) 이 후보의 기민함과 쇄신 역량이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이재근, 재무에서 현장 영업까지…‘최연소 행장’ 신화 쓴 정통 금융통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이 부문장은 전략·재무와 현장 영업을 두루 섭렵한 인물이다. 서울고와 서강대를 졸업한 뒤 서강대 경제학 석사, 카이스트(KAIST) 금융공학 MBA를 마친 후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지주 재무총괄(CFO)을 지내며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등 대형 기업합병(M&A)을 주도했다. 지금의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주역으로 꼽힌다.

 

이어 영업그룹대표를 거쳐 2022년 만 56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KB국민은행장에 발탁돼 3년간 ‘리딩뱅크’ 체제를 공고히 했다. 2025년부터는 지주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자산관리(WM)·중소기업(SME) 부문을 총괄,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균형 감각을 증명했다. 노조 및 내부 임직원과의 소통 역량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후보는 자격 심사를 거쳐 오는 11월 20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3년 임기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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