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계약은 일반적인 제조·납품계약보다 계약 기간이 길고 기술적 요구사항이 복잡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계약 체결 이후에도 설계나 성능 기준, 장비 규격 등이 변경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변경으로 추가 제작비나 시험비용, 납기 연장 비용이 생겼을 때 그 부담 주체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다.
사양이 변경됐다는 사정만으로 계약금액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변경의 원인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정부나 발주기관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기능이나 규격이 추가된 것인지, 계약상대자의 설계 오류나 이행 과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최초 계약 범위에 이미 포함돼 있던 업무인지에 따라 책임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사양 변경이 발생했다면 변경 전후의 계약 내용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초 제안요청서와 제안서, 계약서, 특수조건, 기술변경 승인자료, 공문, 회의록 등을 통해 실제 업무 범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기능 추가나 장비 규격 변경으로 자재비와 인건비가 증가했다면 단순히 비용이 늘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추가 투입된 부품과 장비, 인력, 시험평가, 외주비용 등을 구분하고 기존 계약금액에 포함된 항목과 새로 발생한 비용을 나눠 산정할 필요가 있다.
방위사업 관련 계약에서도 설계변경, 물가변동, 기타 계약조건 변경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절차가 문제될 수 있다. 함정건조 등과 같이 설계변경이 사업 전체 금액과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수정계약 체결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납기 문제 역시 사양 변경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변경된 사양을 반영하기 위해 추가 설계나 시험이 필요해지면 기존 납품 일정 준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 변경 요구가 언제 이뤄졌는지, 당시 공정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대체 공정이나 일정 조정이 가능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자료가 부족하면 향후 지체상금이나 납기 지연 책임을 둘러싼 분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사양 변경 자체뿐 아니라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실무에서는 구두 협의만으로 변경 작업을 먼저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담당자와 실무적으로 협의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범위 변경이나 비용 부담 주체가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변경 요청 내용과 승인 과정, 예상 비용, 일정 영향 등을 공문과 회의자료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다.
추가 비용 분쟁은 실제 비용이 발생한 뒤 자료를 모으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변경 이전 설계와 협의 경위를 정확하게 복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경 요청을 받은 시점부터 기존 사양과 변경 사양, 비용 증가분, 일정 변동을 구분해 기록하고 계약금액 조정이나 수정계약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방위사업계약의 사양 변경 문제는 단순히 비용 증가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누가 어떤 이유로 변경을 요구했는지, 계약상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 실제 추가 비용과 일정 변화가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방위사업계약은 기술적 판단과 계약 법리가 동시에 얽혀 있는 영역인 만큼 사양 변경이 발생했다면 계약서와 기술자료, 변경 지시 자료, 원가자료를 함께 검토해 책임 범위를 구분하고 향후 계약금액 조정이나 지체상금 분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법무법인 집현전 이태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