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3대 메가프로젝트라니…정부 주도 산업 정책은 낡은 사고방식 아니냐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지역균형 발전과 더불어 국가가 주도하고 지원하는 새로운 산업정책을 펼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중화학공업입국을 떠올리게 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과 피지컬 AI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엔진으로 규정하고 해당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지원과 속도전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21세기에 국가주도 산업정책을 펼치는 것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지만 역사 이래로 정부가 나서야 할 때 제대로 나서서 국가 산업구조를 바꾸고 놀라운 성장과 혁신을 가능케 한 사례는 풍부한 편이다. 북미의 영국 식민지에서 출발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하나로 초대 재무부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은 강력한 연방정부의 설립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구조 개편에 힘을 쏟았다. 그에 반대하는 인물이 토마스 제퍼슨으로 대표되는 남부 농장주들이었다. 이들은 목화 재배 농장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노예제도를 바탕으로 면화를 영국 등에 수출하는 농업국가로서의 미국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 결국 19세기 중반 이후 제조업 중심의 공업국가로 발전하려는 미국 연방정부와 여전히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을 유지하려 했던 남부 주를 중심으로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내전으로 이어졌다. 미국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연방정부가 승리하면서 공업입국으로의 전환에 더욱 속도가 나게 됐다. 만약 이 때 남부의 대규모 농장 중심의 경제가 유지됐다면 미국은 중남미의 여러 나라들처럼 산업국가로의 변모는 커녕 평범한 농업국가로 남았을 것이다.  

 

20세기 중후반 이후에는 한국, 일본, 타이완 등이 신흥 산업국가로 거듭났다. 이들 세 나라 역시 강력한 정부의 드라이브를 통해 국가가 주도하는 산업 정책과 지원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선진국에 진입했다. 특히 대한민국은 생선과 일부 광물 수출국에서 출발해 경공업을 거쳐 중화학공업까지 제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 있는 산업국가가 됐다. 그러나 이후로는 정부가 나서서 산업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도약과 혁신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다른 선진국들처럼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더욱 합리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중국의 굴기였다. 국가산업 주도정책을 통해 중국은 기존 노동집약적인 저가제품 생산국에서 첨단기술과 제품으로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의 발전을 속도감 있게 전개해왔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 등 강한 견제에도 가성비 좋은 생성형 AI 딥시크를 내놓은 중국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자율주행기술도 중국은 생성형 AI와 함께 이미 우리나라를 뛰어넘어 미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역시 가성비를 넘어 이젠 고급화 전략으로 우리 기업들을 세계 곳곳에서 위협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육성책 덕분이다. 

 

이런 국가 주도의 강력한 산업정책에 미국의 빅테크 엘리트들도 정부 주도의 새로운 전략 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스티브 잡스 이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이끄는 수장으로 떠오른 피터 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의 문제의식은 미국도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통해 AI를 중심으로 한 대개조를 진행해야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수출 중심의 대한민국 산업구조 개편과 함께 중화학공업 육성으로의 전환도 서두르며 현재의 산업강국의 토대를 닦았다. 박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서울-대전 개통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DB
박정희 대통령은 수출 중심의 대한민국 산업구조 개편과 함께 중화학공업 육성으로의 전환도 서두르며 현재의 산업강국의 토대를 닦았다. 박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서울-대전 개통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DB

이처럼 AI를 중심으로 산업 혁신 경쟁에 불이 붙었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다가는 금세 도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AI는 이미 우리가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산업계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속도전을 위한 부스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부스터는 기업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산업 도약을 위한 부스터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초고속인터넷통신과 전자정부 전환 등 IT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닦은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일보DB
김대중 대통령은 초고속인터넷통신과 전자정부 전환 등 IT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닦은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일보DB

박정희 전 대통령의 중화학공업 입국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지식인에 이어 모처럼 오랜만에 지역균형과 국가주도 AI 혁신이라는 새로운 산업 비전이 등장했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한준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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