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만으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

사진=송파 형사전문변호사 박현철 대표변호사
사진=송파 형사전문변호사 박현철 대표변호사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의자가 빈번히 내세우는 방어 논리 중 하나는 "당시 과음으로 인해 기억이 없다"는 주장이다. 회식이나 술자리 이후 발생한 사건에서는 이른바 '블랙아웃(Blackout)' 상태를 이유로 당시 행위를 인식하거나 기억하지 못했다고 진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지 않는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의자의 주관적 진술보다 사건 당시의 객관적 정황과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 외에도 CCTV 영상 및 이동 경로, 통화·문자·SNS 메시지, 카드 사용 내역, 목격자 진술, 사건 직후 피의자의 언행 등 다양한 물증과 정황이 함께 검토된다. 특히 사건 직후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 "실수였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면 이는 자신의 행위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강력한 정황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음주와 형사책임 능력의 관계도 중요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자의로 음주한 결과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상태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형사책임이 감경 또는 면제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송파 법률사무소 스케일업 박현철 대표변호사(형사전문변호사)는 "음주로 인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은 오히려 구체적인 반박 없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특히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객관적 증거가 이를 뒷받침하는 경우라면, 단순한 부인이나 기억 부재 주장만으로는 사건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제추행과 같은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밀폐된 공간이나 사적인 자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적인 물적 증거보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이 핵심 증거로 다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이 인정되고 사건 당시 정황이나 주변 객관적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유죄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단순히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만으로 사건을 쉽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과도한 음주로 판단력이 흐려지는 상황을 피하고 상대방이 불쾌감이나 거부 의사를 느낄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순간의 실수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절제된 음주와 신중한 행동, 그리고 자기관리가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글=박현철 송파 법률사무소 스케일업 대표변호사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