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역사에서 대회 우승팀이 두 달 뒤에 바뀐 사례는 없다. 그런데 지난 3월 축구계에서 그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월 19일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전. 양팀 득점 없이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막판에 주심이 VAR 판독 끝에 세네갈에 페널티킥 반칙을 선언했다. 세네갈 선수들은 판정에 강하게 반발했고 파페 티아우 감독은 선수단에 라커룸으로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 경기는 16분간 중단됐다. 이후 주장 사디오 마네의 설득으로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복귀했고 경기는 재개됐다. 모로코의 페널티킥은 세네갈 골키퍼 에두아르 멘디에게 막혔고, 세네갈은 연장 전반 4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1-0으로 승리했다. 우승 트로피는 세네갈이 차지했다.
그런데 57일 뒤인 3월 18일 아프리카 축구연맹(CAF) 재심위원회는 경기 결과를 뒤집었다. 모로코의 3-0 몰수승. 우승국이 바뀌었다.
세네갈은 이 결정에 불복하여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사건을 제소했다. CAS에서 다퉈질 것으로 예상되는 쟁점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대회 규정 위반이 있었는가. 둘째 Field of Play 원칙에 위배되는가. 셋째 비례원칙을 준수하였는가.
경기 거부인가, 일시적 항의인가
CAF 재심위원회가 결과를 번복한 근거로 든 대회규정은 제82조 및 제84조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심판의 허가 없이 경기가 종료되기 전에 경기장을 떠날 경우(leaves the ground before the regular end of the match without the authorisation of the referee) 팀이 패배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위 조항을 이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제82조가 상정하는 행위는 경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 즉 최종적인 이탈이다. "경기가 종료되기 전에 경기장을 떠난다"는 표현은 경기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을 전제한다. 세네갈은 달랐다. 선수단은 복귀했고 경기는 정상적으로 종료됐으며 시상식까지 마쳤다. 세네갈이 한 것은 경기 거부가 아니라 16분간의 항의였다.
선례를 보면 이 구분이 더욱 선명해진다. 2024년 튀르키예 슈퍼컵에서 페네르바체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경기를 거부할 의사를 가지고 경기장을 완전히 떠났고 즉시 몰수패 처리됐다. 세네갈의 라커룸 철수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페네르바체가 경기를 끝까지 마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에 세네갈은 경기장에 복귀해서 후반 추가시간과 연장전을 소화했고 결승골을 넣었으며 트로피 수상까지 마쳤다.
경기를 완료한 팀에게 대회규정 제82조 및 제84조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것이 세네갈이 CAS에서 다툴 첫 번째 쟁점이다.
심판이 경기를 재개했다는 것의 의미
세네갈 선수단이 복귀했을 때 주심은 경기를 재개했다. 이 행위의 법적 함의가 이 사건의 두 번째 쟁점이다.
스포츠법에는 'Field of Play' 원칙이 있다. 경기장 안에서 심판이 내린 판단은 편향이나 악의가 없는 한 사후적인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는 경기 결과의 조속한 확정과 현장 권위의 존중이라는 정책적 필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CAS 판정례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되어 왔다. 이번 밀라노 올림픽 CAS 특별재판부 사건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심이 세네갈 선수단의 복귀를 허용하고 경기를 재개한 것은 현장에서 내린 판단이다. 주심은 세네갈의 일시적 이탈을 경기 거부가 아닌 일시적 항의로 처리하고 경기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판단을 행정기관이 사후에 뒤집는 것은 Field of Play 원칙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처벌의 비례성
설령 세네갈의 행위가 제82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우승 박탈이라는 제재가 위반의 경중에 비례하는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이다.
파페 티아우 감독과 선수들의 행동은 잘못됐다. 감독 본인도 이를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CAF 징계위원회가 처음에 내린 100만 달러의 벌금과 관련자 출전 정지는 그 잘못에 상응하는 수준의 제재였다.
그런데 재심위원회는 우승 자체를 박탈했다. 개인에 대한 징계와 경기 결과의 번복은 제재의 성격과 무게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CAS가 비례성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지 주목된다.
CAS의 판단을 기다리며
CAS는 신속 심리 절차 없이 일반 절차로 이 사건을 심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빠른 결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CAS 사무총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되 모든 당사자의 공정한 심리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CAS 중재인 레이몬드 핵은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분 순간 경기는 그대로 종료된 것이고, 재심위원회가 그 결과를 뒤집을 권한은 없다”며 세네갈이 CAS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CAF 규정이 이 사건의 준거법인 이상 항소위원회가 그 규정을 적용한 것이 적법한 권한 행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오든, 이번 사건은 스포츠 행정기관의 사후적 결과 번복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CAS의 판단이 주목된다.
법무법인 위온 파트너변호사 정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