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 정규직임에도 성과급은 달라야 한단다.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타회사로 이직하겠다는 협박성 글도 올라온다. 심지어 코스피 지수를 하락시키겠다는 글도 나왔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 계속되면서 어쩌다 국내에서 매출∙영업이익∙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성과급 문제 등으로 파업을 언급하며 일부가 이런 행태를 보이게 됐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인 듯해서 씁쓸하기만 하다.
최근 한 현대자동차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는 노골적인 박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인생은 참 운이 99%인 거 같다’란 제목의 글에서 해당 직원은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현대자동차가 당연히 1황(1등을 가리키는 용어)이었다. 삼성전자는 공부 못하는 애들이 그래도 대기업 타이틀 달아보겠다고 가는 정도였다. SK하이닉스는 전문대 출신들이 보통 가는 곳이니 마이스터고 졸업생보다 공부도 못했을 것”이라고 비하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성과급을 평생 벌어도 삼성전자 하이닉스 애들보다 못 번다는 게 참”이라고 덧붙였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사회가 잘못된 기준으로 삶의 질과 가치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서 특필된 1인당 GDP를 놓고 대만과 비교한 기사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4월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을 인용한 이들 기사는 한국의 1인당 GDP가 5년 뒤 대만보다 1만 달러 이상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동안 한국의 1인당 GDP는 줄곧 대만보다 높았는데 지난해 한국 1인당 GDP는 3만6227달러로 22년 만에 대만(3만9489달러)에 역전 당했다면서 충격이라고 보도했다.
한 사람의 가치를 시험 성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것처럼 한 나라의 가치를 GDP란 수치로만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그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보는 게 더욱 합리적일 것이다.
지난 3월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와 옥스퍼드대 웰빙연구센터, 그리고 갤럽은 세계행복지수를 담은 ‘2026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세계행복지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대 건강 수명 ▲자유 ▲관용 ▲부패에 대한 인식 ▲기부 ▲자원봉사 ▲낯선 사람을 도운 경험 등에 대한 설문을 집계해 나름 객관적인 지표를 종합해 산정한다.
이 지수에 따르면 이른바 주요국들과의 차이가 또 달라진다. 한국은 행복 점수 6.04점을 받아 67위를 기록했다. GDP에서 우리를 역전했다던 대만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26위에 올랐다. 경제점수보다 더 큰 차이다. 지난해 이미 우리가 1인당 GDP에서 역전해 우위에 올랐다던 대상국인 일본이 61위, G2 반열에 오른 중국이 65위였다. 결국 한국이 가장 순위가 낮았다. 물론, 각각 75위와 90위에 오른 몽골과 홍콩보단 앞섰다. 더 심각한 지점은 한국의 행복지수 순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59위에서 이듬해 57위, 2024년 52위까지 올랐다가 2025년 58위로 떨어졌고 이번에 67위까지 떨어진 셈이다. 한국은 건강 수명 순위에서 싱가포르와 일본에 이어 3위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낯선 사람을 도운 경험과 자원봉사 등 관용 분야 항목에서 100위권 밖을 기록하면서 순위가 떨어졌다.
이 정도면 한국인들은 대다수가 경쟁과 차별 속에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미 서구 유럽부터 아시아 각국의 사람들까지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로 평가하는데 정작 여기서 살아가는 우리만 이유 없이 분노하고 짜증만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저 경제 발전을 위해 쉼없이 내달려온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특히 국민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파괴된 공동체 복원을 위해서라도 이젠 학교부터 회사에 이르기까지 경쟁교육, 경쟁문화를 좀 더 자제하고 서로를 돕고 함께 협력하는 자세를 강조해야 한다. 단순하지만 이런 방향 전환이 없다면 아무리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발전해도 모든 사람들은 불행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다.
<한준호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