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쇼크] 환율 한때 1500원 돌파…정부, 기업에 20조 금융 지원

李대통령, 범정부 차원 대응 체제 나설 방침
한은, 달러 유동성 충분…환율 면밀히 점검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한-필리핀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한-필리핀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중동 지정학적 고조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일시 돌파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시장 안정을 위한 공조 체계를 가동하는 한편 중동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20조원대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집행하기로 했다. 

 

동남아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란 전쟁 관련 상황을 재정경제부와 외교부로부터 보고받고, 국내 경제·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응책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범정부 차원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반장으로 하는 ‘중동상황 관련 관계기관 합동 금융시장반’을 구성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총괄하는 비상대응반 아래 금융시장반, 국제에너지반, 경제상황·공급망반을 두고 시장·에너지 수급·공급망 동향을 종합 점검 중이다.

 

금융당국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과 물류 차질이 기업 수익성과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 선박 안전에 특이 동향은 없고, 비축유도 충분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필요 시 중동 외 지역에서의 원유 도입선 다변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날 금융위는 관계기관 합동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과도한 불안 심리를 경계하면서도, 필요 시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관련 100조원+α 규모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적극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선제적 지원이 병행된다. 산업은행(8조원), 기업은행(2조3000억원), 신용보증기금(3조원) 등이 운영 중인 총 13조3000억원 규모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 지원과 금리 감면을 신속히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수출입은행 7조원을 포함하면 총 20조원대 지원 체계가 가동된다.

 

한국은행은 4일 오전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전일 런던·뉴욕 시장에서 원화 환율이 급등락한 배경과 주요국 환율 변동 상황을 점검했다. 간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일시적으로 상회했지만, 한은은 “과거 위기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의 대외차입 가산금리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한은은 중동 상황 전개에 따라 환율·금리·주가 등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원화 환율과 금리가 경상수지 등 국내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하게 움직이는지 면밀하게 점검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정부와 협조해 적기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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