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매냐, 비둘기냐…차기 연준 수장에 쏠린 눈

김민지 경제부장
김민지 경제부장

 

“새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 ‘케빈 워시’는 비둘기일까, 매일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정치적 권력을 탐하는 까마귀일까?”

 

케빈 워시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되면서 비둘기파(금리 인하)냐, 매파(금리 인상)냐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보통 온건파는 비둘기(dove), 강경파는 매(hawk)에 비유한다. 

 

비둘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온건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후 ‘매파’와 ‘비둘기파’라는 말은 1960~1970년대 쿠바 미사일 사태와 베트남 전쟁 때 언론을 통해 대중화됐다.

 

비둘기파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부양한다. 매파는 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을 선호하고 통화량 축소에도 적극적이다.

 

이외에도 ‘올빼미파’와 ‘오리파’가 있다. 올빼미파는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성향을 뜻한다.

 

오리파는 금융통화위원이 임기 말에 접어들며 정책에 대한 관심이 줄고, 뚜렷한 주관 없이 일관성 없는 태도로 다수 의견을 따르는 성향을 비유한 표현이다. 

 

워시는 1970년생으로, 전형적인 미국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스탠퍼드대 공공정책학과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35세 때인 2006년 최연소로 연준 이사회에 합류해 2011년까지 이사로 있었다.

 

그는 쿠팡 사외이사를 지내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2019년 10월부터 쿠팡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워시가 미 의회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뒤를 이어 5월부터 의장에 오르게 된다.

 

현재 월가에서는 워시의 통화정책 성향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심지어 비둘기도, 매도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워시는 과거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성향으로 평가돼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연준이 돈을 푸는 양적완화에 반대했다. 

 

그런 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교류하면서 비둘기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금리는 상당히 더 낮을 수 있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가 연준 의장에 취임할 경우 트럼프의 압박에 따라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워시의 지명 소식은 곧바로 글로벌 자산시장을 흔들었다. 올 들어 승승장구하던 코스피는 지난 2일 5% 넘게 꼬꾸라져 5000선 아래로 떨어졌고,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대체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금·은 등 귀금속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역시 패닉 셀링 양상 속에 가격이 크게 밀렸다. 은 선물가격이 하루 만에 31% 급락했다. 비트코인 시세는 5% 이상 하락해 9개월 만에 개당 7만 달러대로 내려갔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도 4월에 끝난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3월 중순 사이 후임 총재 내정자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은 총재는 한은법 제33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앞으로 진짜 관전 포인트는 워시의 의회 인준 과정이다. 연준 인사 청문회는 저승사자 관문으로 통한다. 대통령이 지명했다고 해서 인준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의회의 반대로 낙마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게다가 집권 공화당에서 파월 의장에 대한 법무부 수사가 끝나기 전에는 “그 누구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 인준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역시 차기 연준 의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워시 의장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 환율도 안정적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연준의 독립성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연준 의장 인선이 정책이 아닌, 충성심으로 돌아서는 순간 전세계 금융 시장은 더 먼저 반응할 것이다. 연준이 어떤 자리에 설 것인지, 그 선택에 따라 달러의 신뢰도 좌우될 것이다. 

 

 

김민지 경제부장

 

김민지 기자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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