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전쟁 공포가 국내 금융시장을 뒤덮으며 4일 최악의 ‘검은 수요일’을 연출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폭락하며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00원선을 돌파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패닉 셀링에 사상 초유의 하락장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44% 내린 5592.59에 거래를 시작해 최종 798.37포인트(-12.06%) 급락한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던 2001년 9·11 테러(12.02%) 당시 낙폭을 넘어섰다. 코스닥은 159.26포인트(-14%) 떨어진 978.44를 기록했다.
전날 7% 넘게 폭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던 코스피는 이날도 장 초반부터 4%대 급락세를 보이며 이틀 연속 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다. 발동 당시 코스피200선물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51.95포인트(6.04%) 하락한 807.65이었다. 코스닥 또한 급락해 오전 10시 31분 약 4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어 전 거래일 종가 대비 8% 이상 폭락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서 서킷브레이커도 동시에 발동돼 20분간 시장 매매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삼성전자(-11.74%)와 SK하이닉스(-9.58%)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전날 수혜 기대감에 올랐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7.61%), 현대로템(-18.88%) 등 방산주는 미 해군의 유조선 보호 방침 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급락세로 돌아섰다.
환율도 요동쳤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새벽 야간 거래에서 한때 1506.5원까지 치솟으며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 10일(장중 고가 1561.0원) 이후 약 17년 만이다. 중동 전쟁의 전면전 확산 우려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로의 쏠림 현상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주간 거래에서도 1480원 근처에서 등락하다가 최종 10.1원 오른 1476.2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기업들의 수입 비용 부담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예정됐던 해외 출장 일정을 전격 연기하고 비상 대응에 나섰다. 이 총재는 당초 태국과 스위스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으나, 환율 1500원 돌파 등 시장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따라 발길을 돌려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한은은 “시장 심리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할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도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에 대한 선제적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원자재 시장 역시 흔들리면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87.9달러(3.5%) 급락한 온스당 5123.7달러에 마감했다. 한때 5005달러까지 밀리며 온스당 5000달러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이는 국내 에너지 수급 불안과 물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