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어려울수록 우리 이웃들의 절박한 마음을 파고드는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고전적인 수법을 넘어 지역 업체 사장들을 노리는 맞춤형 사기가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장님, 여기 원주시청 건설과 OOO 주무관입니다. 이번에 공사 일정 때문에 급하게 자재가 필요한데 혹시 납품 가능하실까요?”
지역에서 성실하게 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라면 관공서의 긴급한 연락에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떻게든 일정을 맞춰 납품을 준비하려 할 것이다. 이때 사기범은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진다.
“그런데 예산 집행 절차가 복잡해서 그러니 저희가 지정한 업체에 사장님께서 먼저 150만 원을 입금해 주시면 저희가 물품 대금에 그 금액까지 포함해 한 번에 결제해 드리겠습니다”
이는 최근 강원도 원주시 등지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공무원 사칭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사기범들은 원주시청 회계과나 건설과처럼 실제 계약이나 사업과 밀접한 부서의 직원인 것처럼 행세한다. 심지어 위조된 명함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수법이 더욱 교묘한 이유는 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실제 계약 현황이나 수의계약 정보를 미리 파악한 뒤 접근한다는 점이다. “지난번에 OOO 물품을 납품하셨던 업체 맞으시죠?”처럼 구체적인 정보를 언급하면, 업체 사장은 의심의 벽을 허물기 쉽다.
하지만 이들이 노리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선입금’이다. 공연장 수리, 물품 추가 주문, 대행 구매 등 명목은 다양하지만, 결국 지정된 계좌로 돈을 먼저 보내도록 유도한다.
이는 공공기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와 계약을 성사시키려는 업체의 절박함을 악용한 전형적인 사기죄(형법 제347조)에 해당한다.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범죄로, 공무원을 사칭하는 경우 그 기망의 정도가 매우 불량한 것으로 평가된다.
“설마 내가 당하겠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교묘해진 사기 수법에 속지 않으려면 다음 사항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절대로 ‘선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관공서의 예산 집행은 지출결의서 작성, 세금계산서 확인 등 엄격한 회계 절차에 따라 ‘후불 정산’을 원칙으로 한다. 공무원이 개인이나 특정 업체에 물품 대행 구매 등을 이유로 선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사기범이 알려준 번호나 명함에 적힌 번호로 다시 전화해서도 안 된다.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았다면 “확인 후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어야 한다. 이후 시청이나 구청 홈페이지에 기재된 공식 대표번호나 해당 부서의 직통 번호로 직접 전화해, 해당 직원이 실제로 근무 중인지 요청 내용이 사실인지 반드시 교차 확인해야 한다.
사기범들은 이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 정보를 적극 활용한다. 업체 이름이나 과거 계약 이력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이 ‘진짜 공무원’임을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만약 속아 돈을 이체했다면 지체 없이 경찰(112)에 신고하고, 즉시 거래 은행의 콜센터에 연락해 사기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사기범이 돈을 인출하기 전인 이른바 ‘골든타임’ 안에 계좌를 동결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기 범죄는 피해자의 재산뿐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범죄다. 특히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판단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낯선 이의 금전 요구에는 잠깐의 의심과 한 번의 확인 전화를 습관화하는 것, 그것이 피땀 흘려 이룬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글쓴이: 최유철(법무사, 부동산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