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8)씨는 주식 등 다양한 상품이 있는데 예·적금에만 돈을 붓는 부모님이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면서 최대 8%의 금리를 제공하는 종합투자계좌(IMA) 1호 상품이 출시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씨는 원금을 잃을까봐 걱정돼 은행에 돈을 맡기는 부모님에게 투자를 권할 계획이다.
다음 달 증권사에서 IMA 1호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 예·적금에 묶여 있던 자금이 증권사 투자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벌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으로 이미 은행에서 증권사로 대규모 자금이 이동한 만큼 은행권에서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한편에선 이들이 보수적인 투자 성향의 고객인 만큼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25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10월 은행권 수신은 전월 대비 22조9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50조6000억원 증가했다. 증시 대기자금인 증권사 투자자예탁금도 9조원 증가했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돈이 움직이는 머니무브 현상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특히 기존의 퇴직연금 계좌를 해지나 매도 없이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지난해 시작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됐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증권업권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7조1290억원 늘어났지만 은행업권은 5조688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6년 첫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일정 기간 계좌를 보유해야 하고 단 한 곳에서만 계좌를 보유할 수 있어 은행 가입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2021년부터 증권사에서만 취급하는 투자 중개형 ISA 상품이 나오면서 증권사 가입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에서 원금을 보장하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IMA 출시가 임박하면서 은행권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정기예금 금리를 약 6개월 만에 3%대로 다시 올리면서 수신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은행 예금자금은 금리가 조금만 높아도 고객들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장기 일임형 자산관리 계좌 랩어카운트 출시로 예금성 자산이 투자성 자산으로 대거 이동한 사례가 발생했다. 랩어카운트는 IMA와 다르지만 기능 면에선 유사해 한국에서도 머니무브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만기가 길고 중도해지 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점에서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적금 위주의 투자를 하는 고객은 원금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IMA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다만 투자형(고수익) 상품의 만기가 7년이고 중도 해지 땐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단점도 있어 예·적금 선호 고객은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