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세금과 공급의 딜레마, 보유세가 풀 수 있는 과제

 

“일부 지역의 고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변 지역으로 번지는 양상은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상 상황에서는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사실상은 대부분 거래규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최근 밝힌 부동산 대출 규제 배경이다. 10·15 부동산 대출 규제는 이러한 인식 아래에서 추진됐다.

 

10·15 대책은 강남발 가격 급등세가 수도권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확산 차단 조치’였다. 금융위원회는 15억~25억원 아파트에 대해서는 최대 4억원까지만, 2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최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이른바 고가주택 대출 상한제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일부 지역의 고가 아파트에서 시작됐고 이러한 현상이 주변으로 번지는 상황을 그대로 두면 부동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다만 청년,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기존 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을 그대로 유지해 실수요자의 부담은 늘리지 않았다”고 했다.

 

10·15 대책이 나온 배경에는 이 위원장 취임 이전 시행된 6·27 대출 규제의 반짝 효과와 그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6·27 대책은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한 핀셋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단기적 안정 효과를 냈다. 그러나 이후 강남 대신 송파·수원·용인 등 인접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했고 가격 상승세가 다시 확산됐다. 

 

이 위원장 취임 이후 정부가 내놓은 10·15 대책은 이런 흐름을 잡기 위한 두 번째 방어선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강남이 빠진 수도권 규제는 실수요자만 옥죈다’는 비판과 ‘대출 상한 실정이 실질적인 투자 억제 효과를 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강남과 서초 등 재건축 단지는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 논쟁에서 언제나 화두로 남는 것은 보유세다.

 

대출 규제, 청약 제도, 공급 확대 등 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시장의 근본 심리를 조절하는 핵심 도구는 세금이다. 

 

보유세 강화는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표심 위험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보유세는 여전히 낮다.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2%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연구소는 실효세율을 회원국의 부동산 세수 총액을 민간 부동산 자산가치 총액으로 나눠 계산했다.

 

집값은 오르는데 세금은 적게 낸다는 불만이 쌓이고, 이 불균형이 결국 투자 심리를 자극한다. 

 

일부 여당 의원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한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력한 금융대책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세제 조치도 함께 사용해야 한다”며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세제상으로 보호하는 조치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 지부도는 지금은 논의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보유세 강화는 단순한 세율 인상이 아니다. 실효세율, 공정시장가액 비율, 과세대상 조정 등 세밀한 설계를 통해 실거주자와 투자자를 구분해야 한다. 실수요자의 부담은 완화하되, 다주택자·투기성 보유에는 명확한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 

 

세금은 시장의 언어다. 높은 보유세는 ‘지금은 팔라’는 신호를, 낮은 세금은 ‘더 사도 된다’는 신호를 보낸다. 공급 확대만으로는 이 신호 체계를 대체할 수 없다.

 

이 위원장은 공직자로서 더 높은 도덕성과 책임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책의 신호가 혼란스럽고 세금이 정치의 영역에 묶여 있는 한 시장은 그 틈을 파고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규제보다 정책의 신뢰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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