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혐중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부끄러움을 알도록 하자

익히 알고 있듯이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는 집권한 후 유대인을 사회악으로 규정한 후 제거하자고 주장했다. 1933년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집권한 히틀러는 이후 독재로 의회를 폐쇄하고 유대인에 대한 본격적인 제거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이것이 독일 패망의 시작점이었다. 

 

유대인을 사회에서 몰아낸 뒤 독일은 정말 잘살고 행복해졌을까. 역사에 나와있듯이 독일 내에서 비판적 지식인과 장애를 가진 이들마저 순수 독일인임에도 탄압받거나 학살당했고 결국 나치 정권은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독일 젊은이들이 소중한 생명을 잃어야 했다. 유대인 학살로 인해 독일인들은 지금까지도 대학살의 주역이란 오명을 안고 있다. 패전 후 독일은 분단을 겪었으며 철저한 반성을 거듭했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그런 독일에서도 최근 들어 나치에 동조하는 극우 정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단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극우와 혐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결국 이러한 극우와 혐오의 물결이 폭력이 아닌, 대화와 협상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민주주의란 제도마저 위협하고 있다. 

 

“위험이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그것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생겨날 것이다. 만일 우리가 파멸하게 된다면 그 원인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유인의 나라로서 영원히 살아가든지, 아니면 스스로 자멸하든지 둘 중 하나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19세기 미국의 정치 지도자가 이런 경고를 남긴 것은 그 만큼 사람들은 혐오에 쉽게 빠지고 결국 인간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혐오가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달아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면 대화와 협상은 무위로 돌아가고 이를 근간으로 한 민주주의마저 위협받는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이민자가 들어오면서 불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도 과거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들을 이민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더구나 이들이 수행하는 노동으로 우리 모두가 덕을 봤으면 봤지 손해를 볼 일은 없다. 이미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을 이들이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질적인 그들의 모습과 일부가 저지르는 범죄는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이 모든 것은 착시 현상일 뿐이다. 오히려 이들의 범죄가 특별히 높지 않다는 게 진실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들어 혐중을 선동하는 정치 세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정치인은 얼마 전 국내 증시가 호황을 보이는 것을 두고 중국 개입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금리가 높은데 희한하게도 주가가 오른다”는 말과 함께 중국 자본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연달아 내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가가 계속 오르던 9월만 놓고 봐도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한 자본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영국(44.8%), 싱가포르(14.3%), 미국(13.1%) 순이었다. 중국은 고작 0.3%에 불과했다.

 

12년 전 일본 도쿄와 오사카 한인타운에는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들의 모임)란 단체가 혐한 시위를 벌이며 확성기를 통해 ‘착한 한국인이든, 나쁜 한국인이든 모조리 죽여라’는 선동을 이어갔다. 그러자 일본 시민들이 나서서 이를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이들은 시바키(혼내는) 부대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혐한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가서 혐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일본 의회에서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혐오 방지법)이 통과됐고 적어도 공개적으로 혐한을 외치는 것이 부끄러운 짓임을 모든 일본인이 깨닫게 됐다. 여전히 소셜미디어 등에서 혐한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지만 드러내놓고 하는 이들은 거의 사라졌다.  

 

그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을 자극하는 정치인의 발언은 극히 위험하다. 히틀러도 유대인이 독일 경제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사실인양 선동했고 현재 일본 극우 세력 중 일부는 자국 의회 정치인 다수가 한국 출신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일부 혐오 풍조에 편승해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일뿐이다. 이런 정치인이나 인사들이 처절하게 반성하고 이런 혐오활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부끄럽게 만들어야 한다. 혐오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한준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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