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준 교수 “트럼프 2기 출범, 반도체 공급망 불확실성 커질 것”

AI산업 발전에 따른 반도체 산업 지형의 변화’ 주제 발표
"美 제재 받는 中, 반도체 내재화 속도 낼 것"
反엔비디아 맞선 'UA링크' 힘 키울 수도

11일 여의도에서 열린 ACE 빅테크·반도체 세미나에서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다음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린 미국과 중국 간 첨단기술을 둔 패권경쟁 격화로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으로부터 첨단기술 제재를 받은 중국은 오히려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반도체산업의 역량을 스스로 키울 거란 분석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11일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ACE 빅테크·반도체 투자 세미나’에서 ‘AI산업 발전에 따른 반도체 산업 지형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트럼프 정권은 철저히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른 국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는 더이상 자유무역주의의 혜택을 받는 구조가 아니게 될 것’이라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권 교수는 ‘반도체 삼국지’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먼저 미국의 정책 기조의 변화가 중국을 비롯해 대만, 한국 등 여러 반도체 제조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권 교수는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의한 반도체 제재가 장기화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10나노 이하급 반도체 생산도 상당히 내재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전히 수율 제고, 기술 표준화 등의 측면에선 갈 일이 멀지만,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하더라도 중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경로를 되돌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에 대해선 “미국이 양안 긴장을 활용해 주요 반도체 제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라고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3나노 파운드리 팹을 두고 있는데, 주변 생태계가 통째로 (미국으로) 들어가진 않았다”면서 “미국은 TSMC의 파운드리 공장 이외에 최선단 공장 생태계, 협력업체를 비롯해 연구개발(R&D)센터까지도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TSMC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반도체 보조금 삭감은 물론, 안보를 레버리지 삼아 서태평양을 관장하는 미7함대의 군사활동반경을 줄이는 식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대만의 안보위기가 확대될 경우 대만발(發) 반도체 공급망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게 권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과거 반도체 기업 내 경쟁이 글로벌 자유무역주의하에 이뤄졌다면 지금은 국가 간 반도체, AI 등 첨단 패권기술전쟁 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순수하게 기업 대 기업이 아닌 국가가 배경에 있는 복합적인 경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권 교수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오픈AI, TSMC, SK하이닉스가 구축한 이른바 ‘NV링크’의 지배력이 장기간 지속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빅테크와 인텔, AMD, 브로드컴 등은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를 구축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NV링크의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나 해외 반도체 기업의 추가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간 반도체가 AI 기술 발전에 영향을 미친 것과는 반대로, 앞으로는 AI 기술이 반도체 기술 발전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권 교수는 분석했다. 현재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분야는 시놉시스, 지멘스EDA, 케이던스가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권 교수는 “예전엔 반도체 설계엔지니어가 가진 노하우와 일부 자동화된 프로그램에 칩 설계를 의존했는데, 이젠 AI를 EDA에 반영해 인간의 설계 노하우를 뛰어넘는 수준의 퍼포먼스를 설계하는 칩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펩리스 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 여의도에서 열린 ACE 빅테크·반도체 세미나에서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오현승 기자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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