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 여파인지 계절은 봄이지만 초여름 날씨가 느껴진다. 3~5월은 대표적인 이사철로 꼽힌다. 봄∙가을 집중되는 이사 수요를 고려할 때 이맘때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3월 7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계약일 집계기준)은 총 3만7964건으로 전년 동기 4만9870건보다 23.8% 감소했다. 신학기를 앞두고 강남권 등 교육 목적의 임차 수요발현이 있었지만, 갱신권 사용이나 묵시적 갱신 등의 이유로 전 년보다 임대차 거래 총량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의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2025년 신규 계약은 1만1879건으로 31.29% 비율을 기록했고, 갱신 계약은 1만1543건으로 30.4%를 나타냈다. 그러나 전년 같은 시점에는 신규 계약이 1만6285건으로 32.65%였다. 갱신 계약은 1만5342건으로 30.76%를 나타냈다. 올해와 지난해를 비교했을 때 신규 계약 비율 감소(1.36%P)가 갱신 계약 비율 감소(0.36%P)보다 다소 컸다.
2020년 7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가능해지며 임차인이 원하면 1회에 한해 2년 계약 연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외 직전 5% 이내로 임대료를 제한하는 임대료 상한제의 이점까지 반영돼 계약갱신권 사용이 비교적 꾸준했음을 뜻한다.
한편 연내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량은 전세가 2만5520건, 월세가 1만244건을 기록했다. 전세거래가 월세 거래보다 1만5276건 더 많았다. 비율로 환산하면 전세 거래는 67.2%, 월세 거래는 32.7% 수준으로 아직은 전세 거래의 선호가 높은 편이다.
다만 서울 25개 지역구별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을 살펴보면, 전세거래가 많은 지역과 월세 거래가 많은 지역 간 차이가 있다. 전세 거래는 서초구(2399건), 노원구(1727건), 송파구(1723건), 강남구(1578건), 강서구(1567건) 순으로 거래가 많았다. 반면 월세 거래 건수는 강남구(1192건), 송파구(1009건), 마포구(786건), 서초구(765건), 관악구(598건) 순으로 거래되며 지역별로 학군 및 면적, 가구의 유형에 따라 임대차 거래 종류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를 월세금 가액 대별로 살펴보면, 50만원 이하 거래가 5672건, 45.61% 비중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50만원 초과~100만원 이하는 4891건 (39.33%), 100만원 초과~200만원 이하는 1519건(12.21%)을 나타냈다. 200만원 초과 ~300만원 이하(287건, 2.31%)와 300만원 초과(75건, 0.60%) 등 초고가 월세는 362건 발생했다.
월세의 약 85%는 100만원 이하 거래로 서울에서도 중저가 월세가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보증금 비중을 높여 월세를 낮추는 반전세 등의 보증부 월세 거래가 상당한 데다 200만원 이상의 고가 월세가 강남·서초구 등에 포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도 월세화와 월세가격 부담이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준공) 물량이 3만8226호로 전년(2만8074호)보다 늘었지만, 동대문구 등 특정 지자체에 물량이 쏠려있는 데다 2026년엔 8526호로 입주량 급감을 앞두고 있다. 서울 임대차 시장의 보루 역할을 하는 경기도 아파트 입주 물량도 올해 7만2715호로 전년(11만4588호)보다 많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사철 계약만기를 앞둔 임차인이라면 갱신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