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대한민국호 어로장의 조건은

 흔히들 바다의 어선을 이끄는 우두머리를 선장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 어선이 무리 지어 바다로 향할 땐 선장보다 높은 어로장이 등장한다. 어로장은 여러 척의 어선뿐 아니라 배 위에서 이뤄지는 조업, 가공, 운반 등 전체의 어로 과정을 진두지휘한다. 자신의 배를 이끄는 어엿한 선장이더라도 여러 척의 배를 붙여 선단을 이뤄 작업하는 경우라면 선원뿐 아니라 선장까지 모두 어로장의 지휘를 받는다. 한 마디로 어로장은 선단의 작전사령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낮 기온이 30도에 이르는 등 완연한 봄을 맞았지만 대한민국호의 현실은 폭풍우 속에서 험난한 항해에 나선 모습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시작으로 탄핵 정국, 권한대행 체제로 이어진 정치적 소용돌이 안에 여전히 있다. 또 미국발 통상 전쟁 속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하도록 진행해야 한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 속에서 그나마 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지만 미국의 상호 관세 조치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그러자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1%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속속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 발표한 전망치 2.0%를 불과 3개월 만에 1.0%포인트 하향 조정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외 기관 역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 10일 42개 국내외 기관을 조사한 결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1%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1.5%)보다 0.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와 내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소비심리도 다섯 달째 비관적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풍랑 속에서 갈 길을 헤매는 대한민국호가 제 자리로 돌아오게끔 키를 잡아야 할 리더를 온 국민이 절실히 기다린다. 무너진 경제를 일으키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게 이끌 리더십이 필요할 때다. 우리 앞에 놓인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단단히 키를 잡고 방향을 조종할 리더가 어로선 자리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대선일까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경제 공약을 살펴보면 고개를 젓게 된다. 어로장의 임무를 맡길 만한 후보자들이 눈에 띄지 않는 까닭에서다. 당장의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만 넘쳐나고 있다. 청년들이 주택을 소유할 때 담보인정비율(LTV)과 취득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채 일부를 탕감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공약도 있다. 이 외에도 대부업 폐지, 카드 수수료 감면 등 금융업에 대한 이해를 배제하고 오직 표심만을 노린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양당 최종 후보가 확정되면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로장은 뱃사람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다. 어로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바다에서의 오랜 경험을 통한 직관력이 필수적이다.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바람의 방향과 날씨를 염두에 두고 깊고 어두운 바다 아래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 어로장은 긴 세월을 거쳐 체득한 직관력과 경험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때문에 어로장은 수명을 갉아먹는 직업이라는 말까지 있다. 무너진 한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 보는 혜안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실천 역량을 보여줄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명하고 추진력 있게 대한민국호를 이끌 어로장의 탄생을 기대한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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