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화학사, 美시장 개척에 매진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 2021년 완공 예정
롯데케미칼, ECC·EG공장 건설로 세계 7위권 등극 기대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주형연 기자] 국내 정유·화학사들이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정유업체들 중에선 SK이노베이션이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에 차세대 주력 사업인 '배터리' 분야 생산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 공장은 2021년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업 성장세에 따라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50억달러(누적)까지 투자할 수 있다고 밝힌 곳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 공장 증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미국 수출용 전기차에 장착될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추가 수주가 발생하면 중장기적인 투자액은 더 늘어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조지아주는 미국 내 제조업 메카로 급부상하는 곳이다. 폭스바겐, BMW, 다임러, 볼보,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남동부에 위치해 이들과 연계성을 감안했을 때도 성장성 측면에서 최적지로 평가되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주 잔고는 320GWh(기가와트시)로 세계 3위권의 수주를 확보하고 있다"며 "미국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약 9.8GWh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돼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SK이노베이션은 국내서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사업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해외에서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다"며 "내년까지 배터리사업 투자가 10조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화학업계에선 롯데케미칼이 3조4000억원(31억달러) 가량을 투입해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설립한 에탄크래커(ECC) 및 에틸렌글리콜(EG) 공장이 지난 5월 준공됐다.

ECC는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투입해 화학산업의 기초원료가 되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초대형 설비다. 축구장 150여개 넓이인 100만㎡(약 30만평) 부지에서 연간 100만톤의 에틸렌과 70만톤의 에틸렌 글리콜(EG)을 생산하게 된다.

공장이 설립되면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량은 국내외를 합쳐 450만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생산량 기준으로는 국내 화학사 1위, 세계 7위권에 오를 수 있다. 공장이 있는 레이크찰스를 비롯한 휴스턴 지역은 세계 최대의 정유공업지대로 유럽의 ARA(암스테르담·로테르담·안트워프),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3대 오일허브다. 미국 내 오일·가스 생산, 물류거래의 중심지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5년 약 3조원을 투자해 100만톤 규모의 미국 ECC증설공사에 들어간 롯데케미칼은 5년간 20조원을 화학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석유화학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면 막대한 수익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업계 연구원은 "미국 현지공장이 존재할 경우 배송비 및 시간,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정유 화학사들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며 "특히 롯데케미칼은 미국 공장을 100% 가동할 경우 수익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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