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일의 전자계산기] 아시아나항공 몸값 얼마?…흥행여부가 변수

구주매각 대금, 유상증자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 1조~2조원 안팎 예상
아시아나항공 고평가 속 상황은 4년전보다 악화, 자본 줄고 부채 늘어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 및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인수·합병(M&A), 매각, 분할 등 중요한 결정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적정하게 산출이 됐는지, 수익성은 괜찮은 것인지 투자자 입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제시되는 공모가나 각 기업의 연봉이 어떤 방식으로 산정됐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파이낸스는 다양한 평가 방법과 기업간 비교 등을 통해 숫자의 비밀을 파헤치는 [전자계산기]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지난 4월15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채권단에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는 한꺼번에 매각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33.5%에 대한 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7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 공고를 낼 계획으로 대부분 절차는 올 연말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예상 매각가는 아시아나항공 부채(약 3조6000억원) 일부 변제와 구주매각 대금, 유상증자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1조~2조원이 될 전망이다. 산은은 새로운 대주주가 1조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국적항공사의 브랜드 가치, 상장 계열사인 에어부산 및 비상장 계열사인 에어서울과 아시아나개발 등의 경영프리미엄까지 추가됐다.

일단 유상증자분 1조원과 계열사들의 가치를 제외하고, 아시아나항공만의 가치를 평가해보기로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자본시장이다.

15일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약 1조3000억원이다. 현 주가대로라면 지분가치(33.5%)는 약 4355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6000억~7000억원 사이가 형성될 수 있다.

여기서 지분 가치가 과연 적정수준이냐는 의문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상장기업의 가치평가는 순이익을 활용하는 PER을 많이 사용하지만 항공사엔 적절치 않다.

항공사들은 1대 값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행기들을 구매해서 쓰지 않고 대여해서 쓰기 때문에 외화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 변동으로 외환관련손익이 발생해 당기순이익은 적자와 흑자를 오간다.

이에 외환변동성을 제거한 가치평가 기준인 EV/EBITDA를 활용해보기로 한다.

EV/EBITDA는 원금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EV는 기업 가치인데 시가총액에다가 순차입금을 더한 개념이다. 기업을 인수하려고 한다면 그 기업이 안고 있는 채무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미다.

EBITDA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다. 즉 EV/EBITDA는 현재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금액으로 기업인수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느냐는 것이다.

작년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EV/EBITDA는 9.74다. 같은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의 EV/EBITDA가 7.83인 것과 비교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원금 회수가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가항공사인 진에어(5.22), 제주항공(6.12) 등과 비교해도 아시아나항공이 고평가됐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4년 전에도 아시아나항공은 매물로 나왔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매각가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지난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채권단이 제시한 매각가 1조213억원에 비해 한참 낮은 6007억원을 제시해 결국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7228억원에 금호산업을 인수했다.

인수 후보자들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인 수익성 등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인수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4년 전보다 상황이 안 좋아졌다.

작년말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총계는 8조1911억원으로 4년 전인 2014년말(8조2116억원) 대비 축소됐다. 자본이 4년 전과 비교해 259억원 줄어든 1조932억원을 나타냈다. 그 결과 부채비율은 633.8%에서 649.3%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흥행 변수에 따라 상승하게 돼 있다. 현재 SK, 한화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롯데는 이미 '100%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항공안전법은 해외자본이 국내에서 항공사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국내에서 1조원 이상의 거액을 쓸 수 있는 후보는 몇 되지 않는다.

다만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업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 정부는 내심 대기업들의 인수전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SK그룹은 에너지 및 정유 관련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안정적인 항공유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그룹은 작년 7월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식 제안한 바 있고, 제주항공 전 대표를 글로벌사업개발부 부사장으로 영입해 항공업 진출설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SK의 작년 기준 현금성 자산이 7349억원에 불과해 무리한 차입이 발생할 경우 재무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인수주체로 나서면 얘기는 달라진다. SK텔레콤은 5G 관련 투자 등에 여력이 부족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작년 현금성 자산이 약 1조9000억원에 달해 자금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화도 유력한 인수후보다. 한화는 항공·운수, 석유화학, 방산 등 부문에 주력 계열사를 두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 등을 생산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한화의 작년말 기준 현금성 자산도 3조원에 가까운데다, 최근 롯데카드 인수전에 불참하면서 자금력을 모아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은 국내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인수 후보군들도 과열을 우려해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매각 공고가 나오면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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