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새 1.5조'…은행권, 코코본드 발행 속도

바젤3기준 강화 속 자본확충 목적…시장금리 상승 전 발행 요인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은행과 금융지주들이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화된 건전성 규제인 바젤3 도입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높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 두 달 새 국내 은행권이 발행했거나 발행을 추진 중인 코코본드 규모는 1조 5000억 원에 육박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6일 30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이번 코코본드는 상각형 후순위채권으로 기존 발행한 후순위채권의 자본 인정금액 감소 및 자본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확충 목적이다. 발행금액은 10년물 2500억 원, 15년물 500억원이다. 발행금리는 10년물은 국고채 10년에 0.59%를 가산한 3.31%, 15년물은 국고채 10년에 0.78%를 가산한 3.50%로 결정됐다. 가산금리는 지난 2016년 이후 시중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권 중 가장 낮다. 바젤3 도입 이후 국민은행이 코코본드 발행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달 9일 코코본드 3500억 원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5년 또는 10년 후 은행이 중도상환옵션(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5년 콜옵션 조건으로 2800억 원, 10년 콜옵션 조건으로 700억 원을 발행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약 0.20%포인트의 BIS비율 개선효과를 보게 됐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코코본드 1500억 원을 발행하기로 지난 12일 공시했다. 신한금융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5년 조기 중도상환 옵션 증권 1350억 원 및 10년 조기 중도상환 옵션 증권 150억 원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발행금리는 5년물과 10년물이 각각 4.08%, 4.56%다. 신한금융은 "기타기본자본 확충을 통해 BIS총자본비율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하나은행이 3000억 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BNK금융지주도 같은 목적으로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2000억 원, 1000억 원의 코코본드를 발생한다고 26일 공시했다.

은행과 금융지주사가 코코본드 발행에 나선 건 보완자본 확충을 통해 BIS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코코본드는 유사시 투자원금이 주식으로 강제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붙어 발행되는 자본증권의 한 종류다. 만기 시 상환해야 하는 부채의 성격을 갖지만 회계상으로는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BIS비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 은행업감독규정과 은행업감독업무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바젤3 중 자본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조건부자본증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존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권 발행분은 지난 2013년 12월 기준 90%까지, 이듬해 1월부터는 80%까지 자기자본으로 인정하는 등 매해 자본인정 최대 인정한도가 10%포인트씩 차감된다. 

은행과 금융지주사는 오는 2019년 바젤3의 전면 시행에 맞춰 총자본비율을 14%이상 유지하도록 권고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2개 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5.9%로 전북은행(13.4%)을 제외하곤 모두 해당 기준을 웃돌고 있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것도 은행권의 코코본드 발행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기왕이면 시장금리가 조금이라도 낮을 때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서 관계자는 "시장컨센서스처럼 연내 미국에서 3~4회, 한국도 1회 이상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게 될 경우 하반기 시장금리는 25bp 이상 오르게 된다"며 "절대 금리만 따지자면 조달코스트 측면에서 시장금리가 낮을 때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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