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해결 안됐는데 스페인까지…심화되는 유럽 위기

신용등급 강등에 뱅크런 극심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이 새로운 위기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CCC’로 1단계 강등한 가운데 무디스도 스페인 은행 16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했다.

부채의 부담에 짓눌려 신음하는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에 뱅크런 발발

17일(현지시간) 무디스는 스페인의 자산규모 1위 시중은행인 산탄데르를 비롯해 16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1∼3단계씩 강등한다고 발표했다.

산탄데르와 BBVA는 신용등급이 3단계나 떨어져 ‘A3’가 됐다. 또 다른 대형은행인 바네스토 은행과 카이사 은행도 ‘A3’로 강등됐다.

이에 따라 스페인 은행들은 투자적격 등급의 하단과 투자부적격 등급의 상단 사이로 추락했는데, 이는 서유럽 금융권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또한 스페인의 카탈루냐, 무르샤, 안달루시아, 엑스트레마두라 등 4개 지방정부의 신용등급도 하향조정하고, “이들이 재정 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이번 조치는 스페인 정부의 신뢰도 하락과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 양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부동산 위기, 높은 실업률, 금융권 지원 능력에 대한 의구심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스페인에서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양상까지 감지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의 일간지 엘 문도는 스페인 4대 은행이자 최근 부분 국유화된 방키아에서 지난 1주일간 10억유로(약 1조4800억원)의 예금이 인출됐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스페인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번지면서 방키아 주가는 하루만에 29%나 폭락했다.

무디스는 “부동산 회사의 불량채권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보유자산의 질적 저하로 스페인 금융권이 취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다급하게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페르난도 히메네즈 라토레 스페인 재무차관은 같은날 기자회견을 열고 “방키아에서 대규모 예금이 인출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뱅크런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호세 이그나시오 고이리골자리 방키아 사장도 마드리드 거래소에 “예금은 안전하다”고 공시했다.

◆스페인 국채 금리 ↑ 유럽증시 ↓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분기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고, ‘빨간 경고등’이 켜지면서 스페인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17일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35% 오른 6.31%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말(5.77%)에 비해 0.54%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같은날 단기채 발행에서도 이전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특히 4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이전의 3.374%에서 5.106%로 크게 뛰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스페인이 재정 감축을 게을리하면 금융시장에서 차입을 차단당하거나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페인 우려로 유럽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17일(현지시간) 유럽 시황을 반영하는 스톡스 유럽 600 지수는 전일 대비 1.13% 떨어진 241.63으로 마감했다.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연중 최저치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1.24% 하락한 5338.38을,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20% 떨어진 3011.99를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도 1.18% 내린 6308.96로 장을 마감했다.

위기의 진원지인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1.13% 하락한 6537.90을 보였다. 

스페인 최대은행 산탄데르 주가는 1.7% 떨어졌으며, 두 번째로 큰 BBVA도 주가가 2.8% 내렸다.

◆태풍처럼 흔들리는 유로존…빠져나가는 돈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경고등이 강렬해지면서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계속해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현재 최악의 상황에 처한 그리스에서는 재정위기가 불거진 지난 2010년 이후 720억유로의 예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그리스 전체 예금의 30%에 달하는 거액이다.

특히 지난해 그리스 5대 은행에서만 370억 유로가 인출됐다.

뱅크런 현상은 다른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벨기에에서는 정부가 구제해 구조조정한 덱시아를 비롯한 2개 은행에서 지난해 1200억 유로 이상이 인출됐다. 이탈리아 은행들도 흔들리면서 300억 유로가 빠져나갔다.

선진국인 프랑스조차 크레디트 아그리콜과 BNP 파리바의 인출액 300억유로를 포함해 지난해에만 900억유로가 사라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프랑스 은행이 지난해 과다한 그리스 채권과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유로존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거리가 가깝고 금융강국인 영국에 특히 많이 들어가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4대 은행에 1400억유로 이상이 예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 전문가들은 “뱅크런 현상은 안 그래도 취약한 유럽 은행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다”며 “빚더미에 짓눌린 각국 정부의 지원 능력도 한계가 있느니만큼 어느날 갑자기 헬게이트가 열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국제금융협회(IFF)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유로존의 손실이 총 1조유로(한화 약 1476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seilen78@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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