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이 자금을 대고 인사와 회계, 수익 배분까지 결정하면서 의료인은 이름만 빌려주고 진료만 담당한다면, 이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 의료인이 실제로 환자를 진료했거나 비의료인을 '경영지원 담당자'로 불렀다는 사정만으로 적법한 운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명의와 실질적 운영 권한이 분리된 경위를 따져봐야 한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를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개설신고서에 적힌 명의와 실제 개설·운영 주체는 일치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수사기관은 개설신고 명의와 사업자등록 내용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명의자가 병원 운영에 필요한 권한을 실제로 행사했는지까지 함께 살핀다.
사무장병원 여부를 가리는 사건에서는 병원 설립부터 운영까지 의사결정이 누구 주도로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다. 임대차계약과 의료장비 구입비 부담 주체, 직원 채용과 급여 결정권자, 계좌와 수익금 관리자가 조사 대상이 된다. 의료인이 명의만 제공하고 이러한 결정을 비의료인이 내렸다면 실질적인 개설자는 비의료인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비의료인이 투자하고 수익을 나눠 가지는 구조는 허용되는 자금 조달 방식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의료인이 비의료인의 개설·운영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명의를 빌려줬다면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이때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직접 청구했는지는 명의 제공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데 필수 조건이 아니다.
실무에서는 해당 자금이 투자금인지 대여금인지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차용증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변제기와 이자 약정, 실제 원금 상환 내역, 자금 제공자가 병원 손익을 함께 부담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투자와 수익 배분을 뒤늦게 대여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거래의 실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불법 개설이 인정되면 형사처벌로 끝나지 않는다. 판례상 사무장병원이 받은 요양급여비용은 부당한 방법으로 수령한 것으로 보아 전액 환수 대상이 될 수 있고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아울러 개설허가 취소나 폐쇄명령, 면허 행정처분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개설 경위에 관한 진술이 이후 절차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의료인이 직접 진료를 했더라도 비의료인이 자금을 투자하고 병원 운영을 실질적으로 결정했다면 개설 명의만으로 적법성을 주장하기는 어려우며 투자와 대여의 구별은 계약서상 명칭이 아니라 실제 상환 내역과 수익 배분, 경영권 행사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사무장병원 여부를 검토할 때는 개설신고 명의와 실제 운영 주체가 일치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수사 통보를 받았다면 개설 당시 계약서와 자금 흐름, 인사·회계 자료를 원형 그대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명의 제공 경위와 자금 거래 성격을 구분해야 형사절차는 물론 요양급여 환수, 면허 처분 등 후속 대응 방향도 정리할 수 있다.
도움말: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이동찬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