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철의 생활법률] “중학생의 장난?”… 고층 상가 ‘물벼락’, 법적 책임은 누가 지나

사진=최유철(법무사, 부동산학 석사)

유동 인구가 많은 학원가 고층 상가에서 밤늦게 ‘물벼락’이 쏟아지는 아찔한 일이 울산에서 벌어졌다. 길을 가던 학생들과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물을 맞고 옷을 적셔야 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범인은 다름 아닌 해당 건물 학원에 다니던 중학생들이었다.

 

“그저 물을 부은 것뿐인데”, “어린 학생들의 장난인데”라며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일까? 만약 그 물에 놀라 누군가가 넘어져 다치거나, 고가의 스마트폰이 망가졌다면 어땠을까? 고층 건물에서 물체를 투척하는 행위는 결코 가벼운 장난이 아니며,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법률 상식을 짚어본다.

 

단순히 물을 뿌린 행위라 하더라도 9층 높이의 고층 건물에서 쏟아부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은 상당한 충격을 동반하며 이는 사람의 신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형사상 ‘폭행죄’ 성립 가능성도 있다. 우리 법은 사람의 신체에 대해 불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폭행’으로 본다. 반드시 주먹이나 발로 때려야만 폭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돌을 던지거나 물을 세차게 뿌리는 행위 역시 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 만약 여러 명이 함께 이러한 행위를 했다면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민사상으로는 ‘재물손괴’ 책임도 문제 된다. 물에 맞아 옷이나 가방이 오염되거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고가의 전자기기가 물에 젖어 고장 났다면 이는 명백한 재물손괴에 해당한다.

 

가해 학생이 ‘중학생’이라고 해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서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생각이다. 형사 책임의 기준은 만 14세다.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경우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사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소년법에 따라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중학생이라도 만 14세 이상이라면 성인과 동일하게 벌금이나 징역 등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

 

설령 가해 학생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민법 제753조는 미성년자가 자신의 행위 책임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경우 배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민법 제755조에 따라 그를 감독할 법적 의무가 있는 친권자, 즉 부모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가해 학생이 중학생으로서 일정한 책임 능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배상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피해자는 학생의 불법행위를 감독하지 못한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결국 피해 학생이나 시민들이 입은 세탁비, 전자기기 수리비,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모두 가해 학생의 부모가 부담해야 할 수 있다.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에서 무심코 던진 물건이나 쏟아부은 물은 아래를 지나던 누군가에게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장난이었다”는 변명은 법적 책임 앞에서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이번 사건은 자녀의 행동이 타인에게 얼마나 큰 공포와 피해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부모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가정에서 분명히 교육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전 의식과 책임감 역시 함께 높아져야 한다.

 

글쓴이: 최유철(법무사, 부동산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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