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철의 생활법률] “9년간 만남은 단 2번”... 결혼정보업체, 환불 책임 있을까?

사진=최유철(법무사, 부동산학 석사)

좋은 인연을 만나고자 결혼정보업체에 적지 않은 가입비를 지불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업체의 주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약속한 횟수만큼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은 “계약 위반”이라며 환불을 요구하곤 한다.

 

최근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있었다. 한 회원이 “약속된 만남을 주선받지 못했다”며 결혼정보업체를 상대로 가입비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회원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원 A씨는 한 결혼정보업체에 가입비 120만 원을 납부했다. 계약 조건은 ‘12개월간 총 5회의 이성과의 만남 주선’이었다. A씨는 가입 첫해에 2회의 만남을 가졌으나, 이후 계약이 9년간 연장되는 동안 단 한 차례의 만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업체가 제대로 된 만남을 주선하지 않았다”며, 이는 업체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가입비를 환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업체가 과장 광고와 기망 행위를 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8-2단독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까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왜 패소했을까.

 

법원의 판단은 ‘계약의 이행’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A씨는 9년간 ‘실제 만남’이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계약이 해지되기 전까지 업체가 A씨에게 수백 회에 걸쳐 이성 회원의 프로필을 제공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법원은 이러한 프로필 제공 행위 역시 계약상 ‘만남 주선’을 위한 업체의 노력과 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보았다. 따라서 업체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의무를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으로 A씨는 업체 측에 “B시와 D시에서 이성 회원을 선정해 중개해 달라”며 특정 거주지를 제한하는 요구를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조건이 업체의 주선을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고 보았다. 회원이 스스로 과도한 조건을 제시해 매칭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면, 그 책임을 전적으로 업체에만 묻기 어렵다는 취지다.

 

A씨는 업체가 자신을 속였거나 과장된 광고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계약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거나 과장 광고 또는 기망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송에서는 ‘그랬을 것’이라는 추정이나 심증이 아니라,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혼중개 서비스는 ‘결혼’이라는 결과를 보장하는 계약이 아니라, ‘좋은 만남을 주선하려는 노력’을 제공하는 일종의 위임계약에 가깝다.

 

이번 판결은 계약서상 ‘주선’이라는 표현이 반드시 ‘실제 만남 횟수’와 동일한 의미는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회원 역시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해야만 업체의 원활한 주선 의무 이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혼정보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는 ‘만남 주선’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프로필 제공이 주선 횟수에 포함되는지, 환불 약관은 어떻게 규정돼 있는지 등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글쓴이: 최유철(법무사, 부동산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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