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연말 가계대출 셧다운 눈앞

한도 목표 32.7% 초과

서울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뉴시스

 주요 시중은행의 연말 가계대출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사실상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은 총 7조8953억원이다. 이는 당초 이들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액 한도 목표(5조9493억원)보다 32.7% 많은 규모다.

 

 4개 은행 모두 자체 개별 목표를 넘어섰다. 5대 은행으로 넓히면, NH농협은행만 아직 가계대출 증가액(1조8000억원)이 목표(2조1200억원)에 못 미쳐 총량 관리에 여유가 있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의 대출 창구가 잇달아 닫히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 비대면 채널에서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막았다. 대면 창구에서도 24일부터 접수를 하지 않는다.

 

 하나은행 또한 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할 예정이다. 여기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까지 조만간 가계대출 취급 중단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예년에는 당국과 협의 후 새해 총량관리 목표를 새로 받으면 가계대출의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강한 부동산 규제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1∼2월 어느 정도 규제 완화가 가능할지 짐작조차 어렵다고 은행권을 보고 있다.

 

 잇단 대출 중단에도 이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5대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769조2738억원으로, 이달들어 2조6519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1조1062억원)의 경우 아직 전월(+1조6613억원) 증가 폭보다 작지만, 일 증가 속도(+553억원)는 전월(+536억원)보다 빠르다. 특히 신용대출이 1조3843억원 늘어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4년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정부의 여러 부동산·가계대출 억제 대책으로 최근 신용대출이 부동산 계약금 등의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국내외 증시에 투자 자금으로도 흘러든 것으로 추정된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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