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0일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1·2위 무역상대국으로, 두 나라가 균형점을 찾아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경북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열린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안보 동맹으로, 중국은 지리적 이웃으로 지난 수십 년간 긴밀한 공급망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양국과의 관계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무역 환경이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기조로 흐르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 자유무역과 다자체제에 기반해 성장해왔다”며 “예측 가능한 다자간 질서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한국은 실용적 대안으로 ‘열린 다자주의(Open Multilateralism)’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번 AMM 공동선언문 논의 과정에서 “회원국 대부분이 관세·비관세 장벽 강화, 안보 이슈 등으로 통상환경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데 공감했다”며 “APEC이 건설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무역의 70% 이상이 여전히 WTO 규범에 기반하지만, 회원국들의 규정 위반이 늘어나면 시스템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기술 변화에 따른 통상 규범의 업데이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각료회의 성과로는 ▲공급망 ▲디지털 ▲환경 등 3대 핵심 분야에서의 합의를 꼽았다. 여 본부장은 “세 분야는 오늘날 통상의 핵심이자 미래 경제의 축”이라며 “특히 한국이 제안한 ‘AI(인공지능) 기반 공급망 강화 프로젝트’가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한국 정부와 APEC 사무국 공동펀드를 통해 역내 회원국 및 대·중소기업 간 공급망 관리의 AI 활용 격차를 줄이는 역량 강화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무역 부문에서는 내년 3월 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전자적 전송물 무관세 관행’ 유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APEC 차원에서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무관세 관행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혁신과 성장 기회를 확대한다”고 말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APEC 환경 서비스 및 관련 서비스 참조 목록’을 기존 66개에서 80개 항목으로 확대했다고 소개하며 “2년 만의 진전으로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여 본부장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통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세 분야 협력 합의는 APEC의 연대와 협력 정신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며 “이번 성과가 정상회의로 이어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