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사업자 A씨는 매출이 성장하면서 신규 직원을 뽑았다. 다행히 면접에서 괜찮은 사람을 발견한 덕분이다. 연봉협상의 과정에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 포괄임금제 관련 문구의 적절성, 그리고 수습기간의 계약서상 표현방식에 대해 인터넷을 뒤지고 인공지능(AI)을 동원해 고용노동부 사이트의 표준 계약서를 확인하며 험난한 근로계약의 산을 간신히 넘는다.
신규 직원이 첫 출근을 하면 근로계약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4대보험 사업장 성립, 직원 가입신고를 해야 한다. 급여를 주고 나면 소득세를 원천징수해서 신고 납부하고 지급명세서 신고가 뒤따라 이어진다. 이쯤 되면 사업주는 궁금해진다. 직원과 자신의 급여를 여기에도 적어내고 저기에도 적어내며 비슷비슷 유사한 자료를 내고 또 낸다. 국세청이든 공단이든 결국 국가에서 공적으로 운영하는 것 아닌가. 왜 같은 자료를 계속 내게 하는 걸까. 너무 피곤하다. 뭔가를 문의하기 위해 기관에 전화하면 어김없이 몇 십 분을 기다리다가 대기가 많으니 다음에 전화하라는 자동 응답이 나온다. 저렴해서 선택한 AI 자동기장업체에 문의하는 것은 애초에 포기했다. 저 유명한 AI들도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데 한 달에 3만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광고를 믿은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최초 사업을 시작해 처음으로 직원을 뽑은 이가 한달 안에 만나는 세무와 4대보험 관련해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다. 물론 사실은 이것보다 많다. 파트타임을 한 명 더 뽑게 되면 4대보험은 각각의 법률별로 따로 가입대상여부를 판단해야 하니 말이다. 이쯤 되면 혼자 일을 해결하려다 포기하게 된다.
사실 모든 제도는 이유가 있어서 존재한다. 그리고 그 제도들은 대부분 국민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특히 세금과 4대보험은 재정을 부담하는 주체가 다르다 보니 징수하는 주체들이 각자 고유의 책임을 부담하고 있어 동일한 소득정보라도 목적, 용도, 시점, 산식이 다르다. 각 기관들은 각자가 수령한 원본을 각자가 보유하고 이를 시기별로 비교해 타 기관이 확보한 자료와 대조하는 과정을 거치고 싶어한다.
다만, 이러한 책임의 분화는 사용자(납세자) 경험에는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관이 다르면 일단 용어가 달라지고 유사한 용어도 그 범위가 달라진다. 보수총액, 기준소득월액, 총급여액은 비슷해 보이지만 각 기관에서 원하는 연, 분기, 월 단위의 산정 기간이 다르다. 포함되고 제외되는 소득의 범위가 각양각색이다. 이쯤 되면 각 기관은 본인의 책임에 맞추어 제도를 정교하게 수정할수록 제도 자체는 빈틈이 없어질지 몰라도 제도의 근간이 되는 납세자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한다. 사용자 경험이 엉망진창이 된다는 의미다.
사업자 A씨가 이러한 산을 넘더라도 부가가치세 신고에서 다시 한번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배달과 결제를 대행해주는 업체(결제대행업체)가 제공한 정산자료상 매출액과 국세청 홈택스의 결제대행업체에서 제공하는 매출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 결제대행업체에서 조회한 내 매출액과 홈택스에서 나를 도와주려고 결제대행업체로부터 받았다는 자료는 금액이 다르거나 같더라도 세부 구분 항목이 상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많은 경우 시점차이, 수수료, 배달료, 프로모션으로 인한 정산액의 차이, 취소 및 환불 반영 시기의 차이 등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세청에서도 관련 자료를 직접 생산한 게 아니라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결제대행업체부터 받은 자료를 집계해 올렸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따지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따라서 실제 차이금액이 어떤지 정확히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당장 키오스크로 주문을 넣는 고객이 앞에 서 있는데 사업주가 직접 엑셀질하면서 자료를 제공한 업체에 여기저기로 문의를 넣어가며 답변을 확인하며 다시 묻고 하는 과정을 거칠 수가 없다. 이쯤 되면 국세청이 우리를 돕기 위해 마련한 숫자들은 그들의 가이드라인으로 사용방법이 변경되며 실제 본인의 장부를 무시하고 국세청에서 제시(?)한 숫자를 맞추기 위한 시도가 종종 벌어진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나? 단순히 중복을 없애거나 금액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정보를 제공하라는 구호로는 해결되지 않으리라. 책임은 보존하면서 사용자의 노력을 줄이는 설계가 필요하다. 하나의 이벤트가 벌어지면 이를 하나의 신고나 자료제공으로 이 자료를 필요로 하는 기관들이 나눠가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계속 있어 왔지만 해당 제도에 내 회사가 해당하는지 골라내는 것부터가 매우 피곤한 상황이라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인가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할 때다.
<최정욱 회계법인 브릿지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