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주 APEC] 트럼프가 받은 ‘금관’… 장인 손길로 20일만에 뚝딱

-40여년간 금속공예 외길 김진배 장인… 아들까지 3대째 가업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천마총 금관 모형’을 지나며 인사하고 있다. 이 금관 모형은 40년 이상 금속공예가로 활동하는 김진배 장인이 20일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정상회담을 기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천마총 금관 모형’은 40년 이상 금속공예 외길을 걷는 김진배(63)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김 씨는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북 경주시의 하동민속공예촌에서 삼성방을 운영하며 금속공예 장인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이날 “제가 만든 금관 모형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했다고 하니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제작하고자 했고, 개최지 경주의 신라시대 유물인 천마총 금관을 떠올렸다. 그 모형의 제작을 위해 김 씨에게 의뢰를 했다. 40년 이상 금관을 제작한 경험이 있는 김 씨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금속 유물 복제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금관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천마총 금관은 현존 신라금관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한 형태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금관은 출(出)자 모양 장식이 3개지만 천마총 금관은 4개로 더 많다. 실측하고 금관 그림을 그리고 본을 뜬 뒤 문양을 넣고 장식을 붙여야 하는 작업은 전부 손으로 해야 했다.

 

이 같은 ‘미션’을 정부로부터 의뢰 받은 김진배 장인은 단 20일 만에 금관을 완성했다. 5년째 뒤를 잇고 있는 아들 김준연(34)씨도 손을 보탰다. 사실 김진배 장인의 아버지 고 김인태 씨도 금속공예명장으로 지정된 인물이었다.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 어릴 때부터 아버지 곁에서 금속공예를 어깨너머로 보고 자랐다는 김진배 장인은 대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해 현재까지 유물 복제 외길을 걷고 있다.

 

이번 APEC 행사를 앞두고 보문관광단지 호반에 설치한 6개의 신라금관 모형도 그가 제작한 작품이다. 신라 금관뿐만 아니라 금동반가사유상, 금귀걸이, 무령왕관식, 고구려신발, 백제금동대향로 등 다양한 금속제 유물을 복제해왔다는 그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섬세한 작업을 하다가 보니 힘에 부친 일도 많았다. 그래도 아들이 뒤를 잇고 있어 다소 위안이 되고 있다. 그는 “특별한 목표보다는 계속 그냥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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