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경북 경주시 일대가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의 입국이 임박하면서 경찰은 28일부터 비상근무 최고 단계인 갑호 비상을 발령하고 경북 전역에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이날 경주 예술의전당에서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행사를 앞두고 경찰특공대와 폭발물 탐지견이 투입돼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행사장 주변 주차장부터 레드카펫 진입로까지 탐지견이 순찰하며 폭발물이나 위험물 흔적을 확인했다.
경주 KTX역과 주요 진입로에서도 특공대의 순찰이 강화됐으며 행사장 주변 도로에는 울타리와 차단선이 설치돼 차량과 보행자 접근이 제한됐다.
보문관광단지 일대는 정상 이동 동선에 따라 단계별로 통제되고 있다. 주요 도로에는 순찰차와 경찰 오토바이가 배치돼 외교 차량을 밀착 에스코트하며 이동 경로를 확보한다. 일부 구간은 보안상 이유로 차량 진입이 전면 제한됐다.
◆비상근무 ‘갑호’ 체제 전환…1만9000명 투입
경북경찰청은 전날까지 을호 비상 체계를 유지했으나 28일 0시를 기해 도내 전체를 갑호 비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 단계에서는 경찰관의 휴가가 중지되고 가용 인력의 100%를 동원할 수 있다. 경찰 지휘 체계는 본부와 현장 상주 형태로 운영돼 24시간 대응이 가능하며 APEC 기간 동안 하루 최대 1만9000명 규모의 경력이 투입돼 경주 전역을 사실상 봉쇄한다.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HICO) 입구에는 공항 수준의 보안 검색대가 설치됐다.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으며, 드론 탐지·격추 장비가 배치됐다. 경찰특공대와 기동대, 헬기, 육군 장갑차도 회의장과 정상 숙소 주변에 배치돼 외부인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치며 기습 1인 시위에 나선 활동가가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는 PEC 정상회의장인 경주 보문단지 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앞 네거리에서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을 비판하는 문구와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을 펼치며 기습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대표는 1인 시위에 앞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 무역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며 “경주 APEC 기간 기습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보안 구역에서는 집회할 수 없으니 현수막을 철거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표가 이에 응하면서 1인 시위는 5분여 만에 일단락됐다.
◆치안 강화 구역 지정…경찰·소방 합동 대응
관광객이 몰리는 황리단길, 대릉원 등은 특별 치안 강화 구역으로 지정돼 범죄 예방 활동이 강화됐다.
현지 지리를 잘 아는 경찰 인력을 중심으로 범죄예방진단팀(7명), 특별순찰팀(3개 팀 25명), 형사팀(4개 팀 21명), 여성청소년범죄 전담팀(3개 팀 9명) 등이 투입됐다. 경주역과 황리단길에서는 시민단체 집회가 예정돼 있어 비상 상황 발생 시 즉시 대응 가능한 경력이 배치됐다.
소방당국도 24시간 비상 체계를 유지하며 화재 및 안전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주요 행사장과 숙소, 교통 요충지에 구급차와 소방차가 상시 대기 중이다.
오부명 경북경찰청장은 “테러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준비가 무의미해진다”며 “단 한 건의 돌발 상황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총력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정상회의 기간 내내 24시간 상황실 체제를 유지하며, 외교 차량 이동 시 단계별 통제와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주시는 대규모 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 주민 협조와 차량 자제를 요청하며 도심 주요 도로의 우회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29일부터 공식 일정에 들어가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은 순차적으로 경주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