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대출규제와 공급 제약으로 서민층이 전세 대신 월세로 내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수도권 월세가격이 최근 1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28일 KB국민은행 월간 시계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1~9월) 수도권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6.27%로 집계됐다.
서울은 7.25%, 경기 5.23%, 인천 7.8%로 모두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이 서울 2.08%, 경기 0.99%, 인천 0.39%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월세가 훨씬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월세가격 상승세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다. 수도권 월세는 2016~2019년까지 안정세를 보였으나, 임대차 3법 시행 이후인 2020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2020년 1%, 2021년 4.26%, 2022년 5.54%, 2023년 5.25%, 올해 4.09%로, 5년 연속 상승이다. 반면 전세가격은 2022년 0.04% 상승에 그쳤고, 2023년에는 6.66%나 하락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전세시장 수요를 위축시키자, 월세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임대료 전반이 재편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서도 이런 변화가 뚜렷하다. 올해 1~8월 기준 전국 주택 월세 거래 비중은 62.2%로 사상 처음 60%를 넘어섰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64.1%로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즉, 서울에서 거래되는 임대차 10건 중 6건 이상이 월세 계약이다. 이는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강화된 6·27 대출대책과, 10·15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조치의 여파로 풀이된다.
대출 규제는 전세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서민층의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렸고 토지거래허가제는 2년 실거주 의무를 강화해 시장 내 임대 매물 자체를 줄였다. 결국 임대 공급이 줄고 수요는 월세로 쏠리면서 월세가격이 다시 오르는 이중 부담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리얼하우스 김선아 분양분석팀장은 “대출 규제로 전세 보증금을 빌리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까지 겹치며 임대 물량이 줄고 있다”며 “결국 서민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월세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실수요자·청년·무주택 서민층을 보호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월세화가 단기 유행이 아닌 구조적 전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대출 제한, 규제 강화가 지속되는 한, 임대차 시장의 중심축은 전세에서 월세로 완전히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률(RIR)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청년층과 무주택 서민층은 월세 부담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