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행장들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후임 인선 작업이 시작됐다. 현 행장들은 이자 이익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해 연임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올해부터 금융당국이 발표한 승계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명한 원칙 하에 은행장 선임이 진행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장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모두 연말에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신한금융이 가장 먼저 승계 절차에 나섰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신한지주 자경위는 개정된 경영승계계획에 따라 자회사 대표이사 승계후보군을 선정했다. 향후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을 위한 심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자경위 관계자는 “신한지주 이사회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며 “과거 대비 자회사 경영승계절차를 일찍 개시한 만큼 위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후보군을 면밀하게 심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2월 갑작스럽게 행장을 맡게 된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올렸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2조535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조원을 넘어서면서 업계에선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KB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은 추석 연휴가 지난 이후에 위원회가 가동될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부당 대출 사태 등으로 내부가 소란스러우면서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7일 이사회가 예정돼 인선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100억원대의 횡령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번 승계는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고 감독 기준의 글로벌 정합성을 제고하고자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마련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이자 수익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배임과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내부통제 문제가 향후 행장들의 연임과 교체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