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 신음하는 한국경제] “너무 어려워요”…3고에 시달리는 이웃의 목소리

서울 영등포구의 한 상가 건물에 편의점이 폐업해 공실이 됐다. 최서진 기자

 “물가가 올라 손님이 줄고, 매출이 줄어드니 빚은 늘어나고, 고금리에 대출받기도 힘들다. 악순환이 연속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고. 아이들 먹는 음식은 줄일 수 없으니, 세일을 하거나 핫딜 상품이 나오면 새벽같이 달려간다. 대출 이자 내기도 벅찬데, 물가까지 오르니 감당하기 힘들다.”

 

 고물가에 따른 고금리, 환율까지 높은 상황에 곡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소비자는 높은 물가에 커피도, 외식도 줄이고 대형마트로 향한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서도 식재료를 담았다가 비싼 가격에 슬쩍 내려놓는다. 손님이 줄어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 종일 가게를 지키며 가격 인상과 폐업을 고민한다.

 

 서울에 혼자 사는 직장인 30대 최모씨는 최근 편의점도 끊고 서울에서는 2만원 이상 주유도 하지 않는다. 최씨는 “대형마트만 이용하고 있는데 사과가 한창 비싸, 1인 가구에게 과일은 사치라 생각하며 담다가 내려놓은 적이 있다”며 “기름값도 비싸 지방으로 이동할 때 싼 주유소를 찾아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워킹맘 30대 유모씨(36·여)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고기, 과일, 우유 등은 매번 장을 보는데, 갈 때마다 비싸다”며 “그래도 최근엔 망고, 바나나 등 수입 과일들이 들어오면서 그나마 조금 가격이 낮아진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많이 먹는 식료품 핫딜이 올라오면 맘카페에서 글을 본 주부들이 달려가 구매한다”며 “대형마트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어 주말 오전에 가봤더니, 이미 다 나갔더라. 그만큼 물가가 올라 주부들이 할인행사를 하면 많이 방문한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코로나19 때만큼 어렵다는 글이 올라온다. 원재료 가격도 크게 뛰어 메뉴를 변경해야 하나, 가격을 올려야 하나, 가게를 내놔야 하나 고민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폐업 사유로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3117억원이다. 지난해 동기(2523억원)보다 23.5% 늘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40대 이모씨는 매출 감소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일주일에 6일을 출근한다. 이씨는 “원두부터 과일까지 대체로 재룟값이 올라 어렵다. 한창 키위 가격이 1.5배까지 뛰어서 두 달 정도 못 팔았던 적도 있었다”며 “가격 인상도 검토하고 음료 양을 줄여볼까 고민했지만 동네 장사라 쉽지 않다. 인건비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 일주일에 하루만 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에서 분식집을 운영 중인 50대 김모씨는 지난달 김밥 가격을 500원씩 인상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김밥을 전문으로 하는데, 김이 한 톳에 500원 이상 오르고 속재료인 야채값도 다 오르니까 가격 인상을 안 할 수가 없었다”라면서도 “다들 어려운 걸 아니까, 기본 김밥 가격은 잘 팔려도 올릴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용인에서 소형마트를 운영 중인 50대 김모씨는 “물건값을 내야 물건이 오고, 매대가 채워져 있어야 고객이 그만큼 올 텐데, 물가가 너무 오르니까 매대를 꽉 채우기 어렵다”며 “손님 줄고 매출 줄어 빚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구조인데 고금리도 계속되니까 대출 이자 내기도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동전쟁으로 고유가에 환율까지 오르니 한숨이 더욱 커진다. 김포에서 의료기기 제조업을 운영하는 50대 정모씨는 최근 원재료를 수입에서 국산으로 바꿨다. 정씨는 “분명 수입 원재료가 더 저렴해 사용했었는데 환율이 오르고 운송비가 비싸져서, 좀 더 비쌌던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게 차라리 더 값싼 상황이 됐다”며 “세금도 내야 하고, 인건비까지 오르다 보니 주문받은 제품을 제조해도 적자인 상황이고, 최근에는 인건비를 줄이고자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추세”라고 했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기름값이 오를 때는 40~50원씩 오르는데, 내릴 때는 한 10원 정도라 내렸다고 하더라도 체감하기 어렵다”며 “택시 플랫폼 수수료도 내야 하고, 기사식당 가격도 올라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사실”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가계 최후의 보루’라 불리는 교육비까지 줄고 있다. BC카드에 따르면 2월 교육분야 매출이 1년 전보다 24% 급감했다. 수원에서 입시 학원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다음 달부터 수강료를 올릴 예정이다. 김씨는 “일반적으로 4월 정도면 원생 수가 늘어나야 하는 시기인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30~40% 감소한 것 같다”며 “아무래도 원생 수가 줄다 보니 부담이 늘어 어쩔 수 없이 수강료를 올려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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