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일의 전자계산기] 기업들 무덤이 된 중국…다시 유럽이다

中 기술굴기·사드여파, 한국기업 사업 축소·철수 본격화
삼성전자 · LG전자 · 현대차 등 유럽시장서 매출 호조세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 및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인수·합병(M&A), 매각, 분할 등 중요한 결정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적정하게 산출이 됐는지, 수익성은 괜찮은 것인지 투자자 입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제시되는 공모가나 각 기업의 연봉이 어떤 방식으로 산정됐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파이낸스는 다양한 평가 방법과 기업간 비교 등을 통해 숫자의 비밀을 파헤치는 [전자계산기]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중국 시장에서 쓴맛을 본 국내 기업들이 모처럼 유럽 시장에서 웃고 있다. 침체에 빠졌던 유럽 경기가 회복되면서 유럽시장에서 국내 제품들의 점유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철수를 고민했던 유럽시장이 국내 기업들의 실적 회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시장이 오랜 침체기를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은 정체된 유럽보다는 중국 등 이머징 마켓에 공략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대내외 요인으로 중국시장이 기업들의 무덤으로 돌아서면서 국내 기업들이 다시 유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 악몽으로 변한 중국夢…대세화 된 脫중국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사업장을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때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진출했던 국내 기업들에게 중국은 이제 더이상 돈을 벌어다주지 못하는 곳이 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 중국 경기 둔화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데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 발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같은 정치적 이슈로 인한 불매 운동 등이 겹치면서다.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삼성전자는 2013년 한때 중국 시장 점유율 19.7%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013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최근 0%대까지 추락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스마트폰에 차츰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하더니 사드 보복으로 완전히 경쟁에서 밀려났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애플을 제외하곤 중국은 이제 외산폰의 무덤이 되고 있다.

 

삼성은 톈진 공장 가동도 중단했고, 광둥성 스마트폰 공장은 인원 감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공장을 짓고 점포를 가동한 롯데, 현대차 등도 상황이 비슷하다. 

 

현대차는 최근 연생산량 30만대 규모의 베이징 공장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기아자동차 강소성 공장 역시 생산을 중단했다. LG전자는 저장성 냉장고 공장시설을 한국으로 이전했다.

 

마트 사업을 완전 철수한 롯데그룹은 식품쪽도 정리중이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가 중국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앞서 롯데는 중국에서 마트 112개를 모두 매각하거나 폐점했다. 3조원을 투자한 중국 선양 복합단지도 공사가 2년 넘게 중단되고 있다. 신세계도 지속되는 적자에 중국내 모든 이마트를 철수했다. 

 

비단 국내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요 글로벌 기업 50개사 이상이 생산 거점을 중국 밖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거나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임금이 높아지는데다, 미국과의 경제 전쟁으로 관세 폭탄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것이 세계 경제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 유럽의 재평가…국내 기업 유럽서 호조 

 

아직 브렉시트 등 불확실성이 상존해있지만, 대부분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유럽이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주 다음으로 유럽에서 많은 매출을 올려왔다. 유럽 매출은 2013년 52조6783억원까지 올랐다.

 

경기침체로 2016년 매출이 38조6294억원까지 추락했지만, 작년 다시 42조9590억원으로 완연한 우상향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에게 유럽은 미국(81조6887억원)과 중국(43조2069억원)에 이어 3번째로 큰 시장이다.

 

LG전자에게 유럽 시장은 중국보다 큰 시장이다. 작년 매출에서 유럽은 7조5643억원으로 중국(2조3677억원)을 크게 앞섰다.

 

LG전자는 작년 북미 시장 등 글로벌 대부분 지역의 매출이 하락했다. 유럽에서만 LG전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유럽 지역 매출은 전년(6조3029억원) 대비 20% 증가했다. 전체 매출 대비 유럽의 매출 비중도 12%로 전년보다 2%포인트 확대됐다. 유럽에선 TV 매출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유럽에서 TV 매출은 3조8455억원으로 북미(3조8564억원)와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현대차는 작년 국내 본사에서 영업손실을 냈지만 해외법인을 포함한 글로벌 전체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판매가 부진했지만, 유럽과 신흥시장에서는 신차를 중심으로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전자·車, 유럽시장 공략 박차

 

가전과 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도 미중 무역분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유럽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총 매출액은 695조6000억원이고, 이중 65.9%는 해외 매출이었다. 지역별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43.7%), 미주(31.5%), 유럽(18.7%)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작년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IFA)에서 처음으로 8K TV를 선보였다. 당시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CES가 아닌 IFA에서 8K TV를 공개한 것은 유럽 시장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 시장내 삼성전자의 위상도 높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는 중·동부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40%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화웨이와는 스마트폰 점유율 격차를 2배로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 2분기 33%였던 삼성전자는 점유율을 7%포인트 끌어올리며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삼성전자는 맞춤형 가전을 통해 유럽 토종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가전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인 김현석 사장은 IFA 2019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에 투자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지역 브랜드가 강세인 시장이라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BESPOKE)를 통해 판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전자에게 유럽은 약속의 땅이다. 해외 매출중에선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 유럽이다.

 

LG전자는 유럽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번 IFA에서 이탈리아 유명 건축가와 함께 조성한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LG SIGNATURE)' 부스를 선보였다. 올레드 TV,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가습공기청정기, 에어컨,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와인셀러, 에어컨 등 LG 시그니처의 모든 라인업을 통해 유럽 브랜드들과 경쟁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현대차는 신형 i10과 i10 N Line을 공개하며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 i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소형 해치백 i10는 유럽 시장에 특화된 전략형 모델이다.

 

특히 유럽에선 2020년부터 CO2 배출량이 95g/km 이하로 제한될 예정인 가운데 현대차의 친환경차 코나 전기차(EV)의 현지생산이 내년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유지웅 이베스트트자증권 연구원은 "신형 투싼의 경우 역시 PHEV/HEV 형태로 현지생산이 이뤄질 가능성인 높아 현재 유럽내 3%대 시장점유율(M/S)을 확대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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