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보험사中]보험사 덮치는 저금리 위협

한은 0.25%p 금리인하 이어 추가 인하 시사…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 하락 전망
심각한 역마진에 시달리는 생보사들…삼성생명 0.44%p.한화생명 1.03%p 역마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연이어 터지는 비우호적인 대외변수로 인해 보험업계가 위기에 빠진 모습이다.

 

생명보험업계는 新(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로 인해 발생한 매출액 감소에,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인한 이익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운용자산이익률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이미 상당한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업계로서는 설상가상이다.

 

보험업계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헬스케어 서비스 접목 등 새로운 히트 상품의 개발과 더불어 비용 감축, 자산운용 다변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파이낸스는 보험업계가 처한 현재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는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추가 인하까지 시사하면서 보험사들이 이익 감소 위협에 처했다.

 

특히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 상품 때문에 심각한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은 손실 확대가 우려된다.

 

◇“추가 인하 시 타격 클 것”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뿐만 아니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일본 수출 규제는 이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한일 갈등이 장기화되면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의 2.5%에서 2.2%로 0.3%포인트 하향조정했었다.

 

그는 “경기가 그 정도로 악화된다면 한은도 대응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이는 보험업계에 매우 우울한 소식이다. 보험사 이익에서 자사의 자산을 운용해 얻는 투자영업이익의 비중이 꽤 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보사는 6조2564억원, 손해보험사는 2조666억원의 투자영업이익을 실현했다. 반대로 보험영업손익 분야에서는 생보사가 5조7857억원, 손보사가 1조6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즉, 자산운용을 통해 큰 이익을 거두지 못했다면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당기손실을 면치 못할 뻔한 것이다.

 

그런데 보험사들은 자산의 태반을 채권과 대출을 통해 운용하기에 저금리일수록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해 손해를 본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부문에서는 평가이익이 오르지만 대출채권 및 이자수취채권 등에서 이익률이 떨어져 전반적으로 볼 때 운용자산이익률이 낮아지게 된다.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 운용자산 가운데 채권 비중은 57.4%, 대출 비중은 21.5%다. 업계 2위 한화생명 운용자산의 채권 비중은 41%, 대출 비중은 23%다.

 

또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채권 비중은 47.8%, 대출 비중은 33.2%다. 업계 2위 현대해상은 운용자산의 34.7%를 채권에 투자하며, 28.5%를 대출로 운용한다.

 

이처럼 보험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자산의 70~80%를 채권과 대출로 운용한다. 그만큼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한은의 금리인하로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이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는 채권 평가익이 늘어 투자영업이익이 다소 상승할 수 있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거나 추가적으로 시중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가 상당한 어려움을 맞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 차례 금리인하까지는 견딜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또 낮추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추가 금리인하 시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이 0.1~0.2%포인트 가량 깎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3월말 기준 생보사 평균 운용자산이익률(금감원 집계)은 3.6%, 손보사는 3.4%다. 운용자산이익률이 이보다 떨어지면 투자영업이익의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점점 커지는 역마진 위협…생보사 ‘신음’

 

저금리는 특히 손보사보다 생보사에 더 위협적이다. 이미 과거에 판 고금리 상품들로 인해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하로 역마진 폭이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은 90년대 8~9%, 2000년대 초중반 5~7% 예정이율의 고금리상품을 다량 판매했다”며 “2010년대 들어와 장기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이런 상품들로 인한 역마진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과거 장기보험 취급이 제한돼 고금리상품 판매 건수가 얼마되지 않는다”며 “게다가 대부분 금리연동형이라 저금리가 유발시킨 역마진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과 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삼성생명 운용자산이익률 4.00%인 데 반해 책임준비금 부담이율은 4.44%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이 업계 내에서 높은 편임에도 0.44%포인트의 역마진을 기록 중인 것이다. 

 

한화생명은 운용자산이익률 3.60%, 책임준비금 부담이율 4.63%로 역마진 폭(1.03%포인트)이 더 크다.

 

반면 손보사들은 역마진 부담이 거의 없다. 삼성화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30%인데 장기계정의 고정형 부담이율은 3.91%, 연동형 부담이율은 2.52%다. 그런데 장기계정의 연동형 비중이 75.0%라 역마진 부담은 매우 낮은 셈이다.

 

현대해상은 운용자산이익률 3.30%, 장기계정 부담이율 3.12%로 집계됐다. 장기계정 내 연동형 비중이 94.0%나 돼 추가 금리인하에도 역마진을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의 역마진 문제가 해소되려면 앞으로도 10~20년은 걸릴 것”이라며 “경기 둔화로 장기 저금리 기조가 불가피해지면서 생보사 경영의 악재로 계속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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