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시대<上>] 각축전 치열…한국은 걸음마 수준

韓, 수소차 기술력 우수하지만 인프라·지원 턱없이 부족
경쟁국들 적극적인 지원에 밀려 수소차 시장 선점 미지수

사진=현대차
[세계파이낸스=주형연 기자] 미세먼지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도로 위를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수소차가 미래 환경차로 주목받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 등 여러면에서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본과 중국, 독일 등 수소차 경쟁국가들이 수소 충전소를 대폭 확대키로 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수소도시 선정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선제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수소유통센터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수소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보다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지려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수소차 시장,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만들어 모터를 구동한다. 최소 30분의 충전 시간이 필요한 전기차와 달리 수소차는 충전 시간이 3~5분으로 짧고 한번 충전으로도 주행거리가 600km에 달한다.

또 수소차는 버스·트럭, 선박 등 대형화에도 유리하다. 현재 서울과 울산에선 수소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수소차가 주목받는 것은 공기 정화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전기를 생성하는 과정 중 배출하는 것은 순수한 물이다. 수소차에 공급되는 산소는 미세먼지가 없어야하므로 차량 내 필터로 미세먼지를 걸러낸다. '도로 위를 달리는 공기청정기'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를 1시간 운행하면 공기 26.9㎏이 정화되는데 이는 성인 42명이 1시간 동안 호흡할 수 있는 양이다.

이에 2013년 양산형 수소차 '투싼 FCEV'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현대차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너도나도 수소차 연구개발에 매진 중이다. 전세계 수소차 누적 판매량이 1만대를 돌파했고, 국내에선 누적 891대를 판매해 글로벌 수소차 시장의 8.2%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에는 전세계적으로 수소차 보급대수가 78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20년 38만대 대비 20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 韓, 수소차 인프라 여건 턱없이 부족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개발했음에도 인프라 및 여건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작년 정부의 수소차 보급목표가 1000대였으나 727대가 보급돼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현재 서울시 수소차 대기자 중 올 상반기 내 보조금을 받아 차를 출고할 수 있는 소비자 비율도 3.9%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12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수소충전소를 도시조례 등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설치할 수 있도록 입지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국토교통부도 올해 서울과 부산 등에서 수소차 35대를 운행하고 2022년까지 규모를 2000대로 늘릴 방침이다. 수소에너지 기반 시범도시를 연내 3곳 내외로 선정해 생산·관리·이용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당장 올해 보조금 지원을 통해 수소차 4000대를 신규 보급하고 2022년까지 누적 보급량을 8만대(연 약 3만대 생산)까지 늘릴 방침이다. 20년에 걸쳐 수소택시와 버스, 트럭도 총 15만대(각 8만·4만·3만대) 보급한다.

또 2040년까지 국내외 시장에 수소차 620만대(내수 29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6년 뒤에는 현재 7000만원에 육박하는 수소차 가격이 일반 내연기관차 수준인 3500만원 정도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소충전소 합작법인인 '하이넷'이 2022년까지 충전소 100개를 구축해 수소차 보급을 지원키로 했다. 하이넷은 민간 중심의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국가스공사, 현대자동차 등 국내외 수소 연관 기업 13개가 총 1350억원을 출자해 공동 설립했다. 운영기간은 2028년까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소충전소 확산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수소차 보급 활성화에 기여하는 민·관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을 신축해 오는 2030년 국내에서 연 50만대 규모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사진=현대차

◇ 해외 경쟁국들, 수소차 지원 박차

가장 큰 경쟁상대인 일본의 경우 수소 충전소의 건설비가 1개소당 4억엔에서 5억엔(약 40~50억원)가량 들어간다. 일본 정부는 현재 92개소가 있는 수소 충전소를 4년 내에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2025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FCV) 가격을 기존 하이브리드차량보다 3분의1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일본은 도쿄타워나 일왕이 거주하는 곳 근처에도 이동식 수소충전소가 설치돼 있다.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오다이바의 경우 곳곳에 수소충전소가 기업별로 경쟁하듯 세워져 있다.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의 보조금과 합쳐 수소차 상용차 기준으로 대당 최대 약 70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충전소 확충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중국은 수소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2025년까지 지속해 2030년까지 100만대 수소차를 확보할 계획이다.

독일도 메르세데스가 최초 수소 승용차(GLC F-cell)를 렌탈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 판매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도 각각 2020년과 2021년부터 수소차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미국도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를 보급하고 충전소 1000기를 건설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시장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수소차 조기 상용화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당분간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한 현재 자동차 시장 성장세는 꺾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jhy@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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