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들이 오래된 카드의 신규발급을 중단하는 등 상품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가맹점 폐업에 맞춰 상품을 새롭게 구성하고 소비 트렌드에 맞지 않는 오래된 상품을 정리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카드 관리 인력과 각종 비용 감축을 위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카드부터 순차적으로 없애겠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마이원 KB국민카드', '사랑티켓 문화사랑 KB국민카드', 'KB국민 U축구사랑카드' 발급을 이달 31일부로 중단키로 했다.
이들 카드는 영화, 커피, 스포츠 등 문화생활 관련업종에서 큰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들이지만 모두 2000년대 초반에 발급을 시작한 카드로 출시된지 10년이 넘은 카드들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카드 혜택이 고객들의 소비 트렌드에도 맞지 않은 오래된 카드로 상품 포트폴리오 재편작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도 지난해 말 'DC슈프림', 'DC스마트', '드라이빙 패스' 카드에 대해 순차적으로 신규발급을 중단했다. DC슈프림과 드리이빙 패스는 모두 2010년에 내놓은 상품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말부터 이들 카드를 정리하는 한편 올초 '라이킷(LIKIT)', 아임(I'm)'카드 시리지를 선보인 바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 1월 '2X(투엑스) 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한 데 이어 2월에는 '크로스마일 스페셜 에디션(SE) 카드' 발급을 중단했다. 투엑스 카드는 2011년 출시된 상품으로 6개월 이상 실적이 있는 고객에게 결제금액 할인율을 두 배로 적용해줘 인기를 끌던 카드였다. 크로스마일 카드는 2012년 나온 카드로 카드 사용금액의 일정 비율을 국내외 항공사들의 마일리지로 전환해주고 공항 리무진 버스 티켓 제공 등의 비교적 많은 혜택을 제공하던 카드다. 하나카드는 이밖에 지난 1월 '에버랜드 카드', '매일 더블캐쉬백 카드', '넘버엔 오일로 카드'의 신규 발급도 중단했다.
카드사들은 이같이 상품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에게 혜택은 크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돈이 안되는 카드를 정리하고 있다.
10년간 11차례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10년 전 만큼 혜택이 큰 카드로는 더이상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한 카드사에서 발급하는 카드 수가 많을 수록 그만큼 투입되는 인력과 각종 관리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혜택이 큰 카드부터 발급을 중단하고 있다.
특히 하나카드의 '원큐(1Q)카드'나 롯데카드의 '라이킷 카드', '아임 카드'처럼 대표카드를 새롭게 출시한 카드사의 경우 이같은 상품 포트폴리오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표 카드를 시리즈로 연이어 출시하면서 관리해야 하는 상품 수가 늘어남에 따라 상품안내장, 재고 관리 등 각종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카드사 입장에선 혜택이 큰 카드부터 발급 중단하고 새로운 카드라인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