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경제④] '애도 분위기' 넘어 '경제살리기' 나서야

건전한 소비 진작 필요
수출도 ‘신음’…환율 방어해야

‘세월호 사고’로 침울하게 가라앉은 ‘애도 분위기’가 전국을 감도는 사이 국가경제도 침울하게 가라앉고 있다.

정부는 재정 조기집행 등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더 적극적인 모양새의, 건전한 소비 진작과 함께 환율 방어가 요구되고 있다.

◆꽉 막힌 혈관…돌지 않는 돈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혈전 때문에 꽉 막힌 혈관과 비슷하다”며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세월호 사고’ 이후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와 사고에 대한 염려 때문에 각종 행사, 여행 등이 취소되는 등 소비가 극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이후 4월 하반기(16~30일) 골프연습장과 노래방 등 레저업체의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6% 줄었다. 유흥주점업 매출액도 6.4% 감소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역시 지난달 매출액이 각각 전년동월보다 0.1% 및 3.7%씩 감소했으며, 4월 하반기로 갈수록 매출이 주는 양태다.

이러한 소비 부진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최소 0.1%포인트 이상 저하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소비심리 저하가 2분기 내내 지속될 경우 전년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이 0.2%포인트 축소되고, 이 경우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줄어 4.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세월호 사고’ 여파로 민간소비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각각 0.3%포인트 및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내수뿐 아니라 잘 나가던 수출도 최근에는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거듭되는 환율 하락세 때문이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30원 내린 1024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6월 24일의 1163.5원과 비교하면 12%나 급락한 수치로 지난 1년간 꾸준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곧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 악화 및 수출 부진이 야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조업을 영위하는 주요 대기업 120개사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원.달러 손익분기환율은 1052.3원이라고 한다. 이미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환율 하락이 내수 확대보다는 순수출의 부정적 효과가 더 많이 나타난다”며 “이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0.21%포인트 축소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돈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

정부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 각종 대책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 민생대책회’의서 오는 2분기에 7조8000억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상반기 재정지출은 본래 214조5000억원으로 계획됐었는데, 222조3000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 재정집행률도 55%에서 57%로 상승했다.

정부는 아울러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 운송, 숙박 등의 관광업체에 지원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융자 규모를 당초 1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융자 금리도 연 2.25%에서 2%로 0.25%포인트 낮아졌다.

또 소상공인에 대한 특별자금 지원 규모도 기존 3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700억원 증액하고, 지원 금리는 연 3.2%에서 3%로 0.2%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단지 돈을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각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은 해결책은 아니다”면서 “무엇보다 건전한 소비 진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도 “‘세월호 사고’로 인한 민간소비 부진이 3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너무 크다”며 “최소한 휴가철에는 정부가 건전한 여름휴가 등 소비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나친 ‘애도 분위기’ 강요 등 돈을 쓰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경향은 이제 가라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여행을 즐기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은 너무 나간 분위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돈을 쓸 사람은 써야 경제가 돌아간다. 그렇지 않으면 혈관이 막혀 경제는 죽어버린다”고 강조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세월호 사고’를 완벽히 해결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 후 정부 차원에서 소비와 기업투자 진작 등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seilen78@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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