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권 칼럼] 집은 5만7000가구 늘리면서 출근길은 누가 책임지나

-김포공항역은 이미 혼잡, 김포골드라인은 안전 경고
-정부의 주택 공급정책에 교통대책은 어디 있나

 

 

정부가 집을 짓겠다고 발표하면 무조건 환영해야 할까. 주택 공급이 부족한 수도권에서 신규 택지 개발은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집을 짓는 것과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수만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철도와 도로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주택 공급정책은 또 다른 교통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수도권 6개 신규 공공택지에 총 7만67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김포 아라지구가 3만7000가구다. 인접한 부천 대장지구의 2만318가구를 합하면 무려 5만7318가구에 달한다. 두 지역의 입주 시점은 다르지만 서울 서부권을 향하는 교통수요가 중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개별 사업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미 한계 드러낸 김포공항역과 골드라인

 

김포공항역은 서울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공항철도, 서해선, 김포골드라인 등 다섯 개 철도가 연결되는 수도권 서부의 핵심 환승역이다. 김포와 부천, 인천에서 서울 도심과 강남으로 이동하는 승객들이 집중되는 곳이다. 어느 한 노선의 이용객이 증가하면 다른 노선의 승강장과 환승 통로까지 영향을 받는 구조다.

 

 

 

실제 2023년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 개통 이후 김포공항역의 평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이용객은 평균 1만4180명에서 1만6948명으로 늘었다. 증가율이 19.5%에 달했다. 서울시는 혼잡 완화를 위해 9호선 출근시간대 운행을 네 차례 늘려야 했다. 단 하나의 철도 연결만으로도 기존 교통망에 상당한 부담이 발생한 것이다.

 

 

 

김포골드라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량짜리 경전철에 대규모 신도시의 출퇴근 수요가 집중되면서 극심한 혼잡이 반복됐다. 2023년 4월 11일 김포공항역에서는 여성 승객 두 명이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출퇴근 혼잡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다.

 

 

 

김포시는 2026년 말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 골드라인 전동차 다섯 편성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증차가 기존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인지, 앞으로 늘어날 개발 수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당장의 혼잡을 해소하는 것과 미래의 수송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주택 입주는 먼저, 철도 개통은 나중

 

더 큰 문제는 주택 입주와 철도 개통 사이의 시간차다. 부천 대장지구의 최초 입주는 2027년 11월로 예정돼 있지만 대장홍대선 개통 목표는 2031년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초기 입주민들은 약 4년 동안 해당 철도를 이용할 수 없다. 그동안 증가하는 교통수요를 기존 도로와 버스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포 아라지구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30년 착공을 추진하고 빠르면 2033년부터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지하철 5호선 연장과 도로 확충이 실제 입주 시점에 맞춰 완료될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아파트는 먼저 들어서고 교통시설은 뒤늦게 따라오는 기존 신도시 개발의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부천 대장지구 주민이 모두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거나 김포공항역을 경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교통수요 분석이 필요하다. 김포와 부천의 개발사업을 따로 계산할 것이 아니라 서울 서부권 전체의 철도 이용률과 환승 수요, 도로 교통량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정부의 공급 실적보다 중요한 시민의 안전

 

정부는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몇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숫자를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 거주할 사람들이 어떤 교통환경에서 생활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철도 개통이 지연되면 누가 책임지는지, 기존 주민의 교통 불편은 어떻게 줄일 것인지, 추가 교통수요가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서울시와 경기도, 김포시와 부천시가 각각 교통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행정기관의 역할 구분이 아니다. 안전하게 출근하고 제시간에 귀가할 수 있는 교통환경이다. 기관마다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권역 전체의 교통대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실행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이제 정부는 신규 택지 공급계획과 함께 입주 시점별 교통수요 예측과 철도·도로의 수송 능력, 개통 지연에 따른 대체 교통대책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김포공항역의 승강장과 환승 통로가 추가 승객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골드라인의 증차만으로 혼잡 완화가 가능한지도 검증해야 한다.

 

 

 

주택 공급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통 혼잡과 시민의 안전 문제까지 주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김포공항역과 김포골드라인은 이미 혼잡의 위험을 경고했다. 정부가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공급 물량만 강조한다면 미래의 교통 부담을 주민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집은 정부가 공급하고, 출근길의 고통은 국민이 책임져야 하는가.

 

 

 

5만7000가구가 넘는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했다면 이제 그곳에 살 사람들의 출근길을 누가, 언제까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답해야 한다. 정부의 주택 공급정책은 아파트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 삶과 안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부동산 재건축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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