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가 계약상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지연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무기체계 개발과 군수품 납품 과정에서는 정부의 요구사항 변경, 시험평가 일정 조정, 승인 절차 지연 등 업체가 단독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방위사업계약 지체상금의 부과 여부를 둘러싸고 발주기관과 계약상대자 사이에 다툼이 생길 수 있다.
지체상금은 계약상대자가 정해진 기한 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계약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하는 금액이다. 다만 납품이 늦어졌다는 결과만으로 모든 지체기간을 업체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계약의 종류와 적용 법령, 계약조건에 따라 책임 없는 지연기간을 제외하거나 계약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대표적인 쟁점은 정부나 소요군의 요구로 설계·성능이 변경된 경우다. 당초 계약에 없던 기능이 추가돼 시제품을 재제작하거나 시험을 다시 진행했다면, 해당 변경이 공식적으로 승인됐는지와 실제 납품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하다. 반면 기존 요구성능을 충족하기 위한 설계 오류 보완이나 성능 미달 개선이라면 업체의 계약상 의무에 포함될 수 있다.
시험평가 과정에서도 책임 소재가 갈릴 수 있다. 업체가 시험 준비를 완료했으나 시험시설 사용이나 평가 일정이 발주기관 측 사정으로 늦어진 경우와, 시제품의 결함으로 재시험이 필요해진 경우는 구분해야 한다. 단순히 시험평가가 지연됐다는 사실보다 시험 준비 상태, 일정 통보 내용, 불합격 원인 등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방위사업계약 지체상금 분쟁에서는 지연 사유뿐 아니라 그 사유가 실제 납기 지연으로 이어졌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정부의 승인 절차가 늦어졌더라도 해당 기간에 다른 제작 공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면 전체 기간을 면책 대상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후속 작업이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책임기간 산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를 판단하려면 계약서와 특수조건, 사업일정표, 설계변경 승인서, 시험평가 계획 및 결과보고서 등을 함께 대조해야 한다. 특히 변경 지시 전후의 공정표와 공문, 이메일, 회의록은 지연의 발생 시점과 원인을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협력업체의 부품 공급 지연 역시 그 원인과 계약상 위험 부담 구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절차상 대응 시점도 중요하다. 방위사업청의 계약특수조건 표준에는 업체 책임이 아닌 사유로 납기가 어려워질 경우 증빙자료를 첨부해 납기 연장을 신청하고, 납품 후 지체상금 면제를 신청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일부 표준조건은 납품 후 15일 이내 면제신청서 제출을 정하고 있어 실제 계약에 적용되는 조건과 기한을 확인해야 한다.
방위사업 계약 분쟁을 다루는 법무법인 집현전 이태영 변호사는 “지체상금 면제 여부는 납품이 늦어진 결과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정부의 요구 변경이나 승인 지연이 실제 납기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 업체가 수행할 수 있었던 다른 공정까지 구분해야 한다. 계약문서와 공정별 자료를 통해 책임 없는 지연기간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방위사업계약 지체상금은 납품 지연의 전체 기간보다 각 지연 원인과 책임 소재를 구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방산 계약의 납기 분쟁을 검토할 때에는 지체 사유가 발생한 시점부터 서면 통지와 승인 기록을 확보하고, 계약기간 변경 가능성과 면제신청 절차를 함께 살펴야 한다. 업체 책임이 아닌 사정이 확인되더라도 면제 범위는 계약조건과 입증자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도움말: 법무법인 집현전 이태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