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지만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8·13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주택시장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가 기대했던 시장 안정과 국민적 신뢰 회복이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5.2%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초 43.3%였던 지지율이 두 달여 만에 8.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물론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부동산 정책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 생활과 직결된 주거 불안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첫째 주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2% 상승하며 87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강남과 서초 등 일부 고가 주택 밀집지역에서는 조정이 나타나고 있지만 강북을 비롯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규제가 시장 전체를 안정시키기보다 지역별 가격 흐름을 달리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원인보다 당장의 가격 움직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금과 대출, 거래 규제가 달라지고 새로운 대책이 반복되면서 국민은 정책의 방향조차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시장에 필요한 것은 일관된 정책과 예측 가능한 공급 계획인데, 현실에서는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부동산은 단순히 규제로 통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주택은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공간인 동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자산이다. 수요와 공급, 금융시장, 인구 이동, 지역별 개발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구조를 외면한 채 세금과 규제만으로 가격을 억제하려 한다면 시장은 또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반복되는 규제는 역설적으로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수록 시장에서는 향후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실수요자들은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더 비싸게 사야 한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역시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 비아파트 공급 확대 등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 확대를 발표하는 것과 실제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인허가부터 착공, 준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그 과정에는 사업성과 금융 조달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여기서 정부가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방의 미분양 문제와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다. 지방에 쌓여 있는 미분양 주택은 단순한 지역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분양대금 회수가 지연되면 건설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이는 신규 사업 축소와 협력업체의 경영난, 나아가 건설산업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사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새로운 주택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구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분양 위험을 관리하고 정상적인 사업장에 대한 금융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과 공급 과잉을 겪는 지방의 정책을 구분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다. 정부가 시장을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적 거래를 차단하되, 민간의 주택 공급 능력과 건설산업의 정상적인 활동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집값이 내려가면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단순한 정치적 계산으로는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시적인 가격 하락도, 발표 때마다 달라지는 부동산 대책도 아니다.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이다.
떨어지는 지지율과 오르는 집값이라는 불편한 현실 앞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또 하나의 강력한 대책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정치적 구호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부가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규제와 공급 발표만 반복한다면 집값 안정도, 국민의 신뢰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대책이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하나의 정책이다.
재건축탐사전문가 정해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