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공식 발표하며 7년간 이어진 제도적 방치 상태를 깨고 실질적인 권리 보장에 나섰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이 장기화된 가운데, 행정부가 직접 빗장을 푸는 모양새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현행 법 체계 내에서도 약물 도입이 가능하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관련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없이도 약물 승인 및 유통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공식화한 셈이다.
앞서 헌재는 2019년 4월 형법상 ‘자기낙태죄’ 및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태아의 독자 생존이 힘든 임신 초기·중기까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의 후속 입법은 7년 5개월간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수술 외에 약물 도입을 포함한 개정안을 제출하고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허용 주수와 처벌 여부를 둘러싼 입법 대립 끝에 모두 폐기됐다.
현 22대 국회 역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남인순·이수진·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솔 진보당 의원 등은 약물 임신중지 허용과 건강보험 적용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에 무게를 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반면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임신 10~22주 이내로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의사의 수술 거부권을 명시한 법안을 내놓으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국회 논의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입법 공백 속 약물 우선 도입을 둘러싼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수 정당과 의료계를 중심으로는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태에서의 도입은 민·형사상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든다”며 의사들의 처방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