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급 부족과 높은 주택가격 속 구축 선택 시 검토할 점은?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15년 초과 아파트 비중 64.3% 시대, 집을 고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의 준공 연한을 살펴보면 15년을 초과한 아파트 비중이 64.3%에 달한다. 다시 말해 수도권 아파트 10채 가운데 6채 이상이 준공 후 15년 이상 지난 ‘중고 주택’인 셈이다.

 

당분간 신축 공급 부족과 재건축 사업 지연, 높은 분양가 등으로 인해 종전 주택의 거주 기간이 길어지거나 구축을 선택하는 이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새집을 사는 대신 지금 사는 집을 고쳐 쓰는 흐름이 불가피할 수 있어 인테리어 시장이 도심 주택시장의 꾸준한 성장 축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아파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적 노후화와 심리적 노후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준공 후 5~10년 정도에는 도배와 마루, 장판, 일부 수전 교체 등 소규모 보수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10~15년을 지나면 욕실과 거실, 주방 설비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15~20년을 넘어서면 창호, 단열, 배관, 전기설비 등 구조적인 개선 요구가 증가한다. 특히 20년 이상 된 아파트는 누수와 결로, 층간소음 보완, 수납 개선, 에너지 효율 향상 등 전면 리모델링 수요가 본격화한다.

 

과거 인테리어가 개인적 취향 외에도 미적인 요소를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삶의 질 개선’과 ‘주거 성능 향상’으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경험이 쌓이며 서재 공간 조성, 자녀 학습 공간 확보, 반려동물 친화 설계, 고령자를 위한 무장애 설계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단순히 예쁜 집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생활 방식에 맞는 집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변화가 인테리어 시장 관심을 이끌고 있다.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와 가구업체, 플랫폼 기업까지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과거 동네 인테리어 업체 중심이던 시장은 실측부터 견적 비교, 계약, 사후관리까지 홈쇼핑과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 선택권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꼼꼼한 확인이 중요해졌다. 인테리어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산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흔히 평당 공사비만 보고 비용을 판단하지만 실제 비용은 철거 범위와 자재 수준, 구조 변경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같은 30평형 아파트라도 도배·바닥 교체 수준이면 수백만 원대에서 가능하지만 욕실과 주방, 창호 교체를 포함한 전체 리모델링은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까지 소요될 수 있다. 처음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필수 공사와 선택 공사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업체 선정 과정도 신중해야 한다. 최소 2~3곳 이상의 견적을 비교하고 공사 범위와 자재 사양을 세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지나치게 낮은 견적은 최근 건자재 가격 상승 속에선 추가 공사비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비싼 견적이 반드시 좋은 품질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계약서에는 공사 기간, 자재 브랜드와 모델명, 하자보수 기간, 추가 비용 발생 기준 등을 명확히 기재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아파트 관리 규정 확인도 필수다. 일부 단지는 공사 가능 시간과 공사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구조 변경이나 확장 공사 시 관리사무소 신고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내력벽 철거는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법적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무리한 구조 변경은 향후 매매 과정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인테리어 이후의 유지관리도 고려해야 한다. 디자인만 보고 유행을 좇기보단 청소 등 관리 편의성과 내구성, 유지보수 비용을 따져야 한다. 어린 자녀나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이라면 오염과 스크래치에 강한 자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며, 고령자가 함께 거주한다면 미끄럼 방지 바닥재와 안전 손잡이 설치도 고려할 만하다.

 

주택시장은 여전히 신축이 선호되나 현실은 다르다. 높은 집값과 공급 부족 속에서 많은 가구는 기존 주택을 선택하거나 사는 집에서 더 오래 머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미 존재하는 노후 주택을 얼마나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선하느냐도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의 64.3%가 15년을 넘긴 지금, 인테리어는 더는 사치가 아니다. 노후 주택의 가치를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생활 인프라 투자'가 중요하다. 이때 충분한 정보 수집과 현실적인 예산 계획, 신뢰할 수 있는 업체 선정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새로운 집을 사기 어려운 시대, 집을 잘 고쳐 오래 쓰는 지혜가 주거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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