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바닷물 처방'으로 주택 갈증 못 푼다

용산공원에 주택을 짓는 게 과연 장기적으로 옳은 일일까. 종묘와 마찬가지로 보존해야 할 것들마저 아파트로 바꾸는 것에는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모처에서 주택공급 관련 2차 회동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용산공원에 주택을 짓는 게 과연 장기적으로 옳은 일일까. 종묘와 마찬가지로 보존해야 할 것들마저 아파트로 바꾸는 것에는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모처에서 주택공급 관련 2차 회동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인구수 100만에 가까운 경기도 한 도시에 문상 갈 일이 있어서 다녀왔다. 퇴근 시간이라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게 더 빠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 지하철 노선에서 좌석은 늘 만석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사람들이 빠질 줄을 몰랐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디까지 가야 내리는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서울 용산에서 출발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30분이 소요됐다. 내가 내릴 때에도 그대로 타고 있던 이들 중에는 퇴근하는 데만 2시간 이상 걸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란 예상에 참 힘들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얼마 전에는 경북의 옛 친척집을 방문하고 주변 주택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집 안 마당을 채우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마치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였다. 농촌 지역이긴 하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이웃집에는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었다. 이제 남아있던 노년층마저 세상을 떠나고 남은 집은 폐가가 돼버렸다. 지역소멸을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결국 지역 불균형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지방은 인구소멸 위기에 처해 아예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바뀌고 있는 반면 수도권에는 점점 인구가 몰리면서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임대료 역시 높아지면서 살기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수도권은 부동산이 폭등하고 지방은 하락하는 현상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이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공포의 사안이 됐다. 가격 안정과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면 민심의 분노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요즘 누구나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너무 높다는 데에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부동산 문제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특히 인구 대다수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26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기준으로 대한민국 인구가 약 5109만명이다. 행안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상 2026년 7월 말 기준으로 서울·인천·경기의 인구를 합하면 2611만6150명으로 전체의 51.12%에 달한다. 수치상으로 봐도 심각하지만 이미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수도권을 제외하면 청년층은 줄어들고 노년층만 남아 인구소멸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결혼과 출산율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은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다. 결국 이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이 깊다. 지방에서는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늘려서라도 주택 가격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용산공원에 청년을 위한 주택을 짓겠다는 정부의 정책 추진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세제 개편 등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최대한 시장에 ‘이제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집값 안정화를 위한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용산공원은 서울의 허파 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오히려 서울에 몰려드는 인구를 줄이고 지방에서도 먹고 살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일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둬야 하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 공공기관의 지역 이전, 전국 각 지역에 새로운 산업 엔진을 가동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산업 정책 모두 방향이 맞다. 하지만 서울에 또 다시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은 결국 또 다시 서울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자 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지역불균형을 타파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목 마르다고 바닷물 마시는 격”이라고 했던 표현한 적이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무작정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은 집값 안정에 당장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서울과 수도권 난개발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이제 그동안의 과밀화에서 벗어나 도시 생태계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자연과 자연을 이어주는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라 할 것이다. 

 

[한준호 산업부장]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