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K 씨(34)는 한 달째 오른쪽 눈 아래가 파르르 떨린다. 하루에도 수십 번 미세한 떨림이 반복되고, 거울 앞에서는 피부가 파르르 떨린다. 약국에서 추천받은 마그네슘을 3주째 먹고 있지만 변화가 없다.
회사에서 야근이 길어지면서 커피는 하루 다섯 잔, 잠자리에 드는 시각은 새벽 두 시를 넘긴 지 오래다. K씨는 "처음엔 며칠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은 회의 중에도 신경이 쓰인다"라며 진료실을 찾았다.
눈밑떨림은 가장 흔한 안면 신경 증상 중 하나다. 의학적으로는 양성 안검 근파동증(benign eyelid myokymia)이라고 부른다. 눈 주위에 분포하는 눈둘레근의 일부 근섬유가 자발적으로 흥분하면서 미세하게 떨리는 현상이다. 대부분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 안에 저절로 사라진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빈도가 늘어난다면 단순 피로의 범위를 넘어선 신호일 수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안면 신경에서 비롯된 운동 단위의 자발적 방전이다. 자율신경이 눈 근육을 직접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이 쉽게 흥분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에는 자율신경계의 과부하가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카페인 과다, 알코올, 눈 피로, 마그네슘 부족은 모두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운동신경을 예민하게 만든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평소에는 문제없던 작은 자극에도 신경이 스스로 반응하며 눈 떨림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가 오래 이어지면 몸이 긴장 상태에 머물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마그네슘 양도 늘어날 수 있다. 마그네슘은 신경 흥분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는데, 부족해지면 신경이 더 민감해진다.
김승재 오상신경외과 대표원장은 "마그네슘을 먹는데도 떨림이 잡히지 않는다는 환자가 적지 않다. 마그네슘이 왜 빠지고 있는지, 자율신경계가 왜 그렇게 긴장 상태로 유지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며 “떨림은 결과이고, 배경에는 교감신경이 오래 켜져 있는 몸 상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율신경의 균형 상태를 확인할 때 참고하는 지표 중 하나가 심박변이도, 즉 HRV다. HRV는 심장 박동 사이의 미세한 시간 차이를 보는 지표로, 부교감신경의 조절 능력이 좋을수록 변동 폭이 커진다.
만성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HRV가 낮게 유지되는 경향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됐다. 눈 떨림이 HRV를 직접 낮추는 것은 아니지만, 둘 다 자율신경계가 과부하된 상태에서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눈 떨림을 호소하는 사람이 두근거림, 불면, 어지럼증, 손발 차가움 같은 증상을 함께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각각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긴장 상태에서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대부분의 눈밑떨림은 시간이 지나면 별다른 치료없이도 사라진다. 그러나 모든 떨림이 그렇지는 않다. 떨림이 한쪽 얼굴 전체로 번지면서 입꼬리·뺨이 함께 움찔거리거나, 양쪽 눈이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강하게 감기는 양상이 반복되면 다른 진단을 살펴야 한다.
반측안면경련은 뇌간 근처에서 안면 신경이 혈관에 눌려 발생하는 신경 질환으로, 한쪽 얼굴 전체가 동시에 움찔거리는 형태로 진행된다. 안검연축은 뇌의 운동 조절 회로 이상으로 양쪽 눈이 강제로 감기는 근긴장이상 질환이다.
떨림이 점점 더 자주, 더 넓은 부위에서 일어나거나 시야가 가릴 만큼 눈이 감긴다면 신경과 진료가 필요하다. 단순 피로로 보고 마그네슘만 복용하다 진단 시점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 대표원장은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눈밑떨림 자체가 위험 신호인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다만 떨림이 시작된 부위가 점점 넓어지거나, 한쪽 얼굴 전체로 확산되거나,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양성 떨림과 다른 질환을 구별하는 진료가 필요하다. 단순 피로로 단정하기 전에 진료실에서 한 번 들여다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생활 관리는 자율신경의 부하를 낮추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카페인은 하루 두 잔 이내로 제한하고, 오후 두 시 이후로는 마시지 않는 게 권고된다. 알코올은 신경의 흥분-억제 균형을 흐트러뜨리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므로, 떨림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이하로 줄인다.
수면은 양보다 일관된 시각이 중요하다. 잠드는 시각이 매일 한 시간 이상 들쭉날쭉하면 자율신경의 일주기 리듬이 흐트러진다. 자기 전 한 시간은 화면을 끄고, 침실 조명을 낮춰보자.
부교감신경을 직접 활성화해 교감 과활성을 가라앉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호흡훈련’이다.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하는 패턴(4초 들이쉬고 6초 내쉬는 호흡을 분당 6회 가까이) 을 5분 이상 반복하면 심박변이도가 즉각적으로 변한다.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훈련이기도 하다.
마그네슘 보충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양의 마그네슘을 먹으면서 카페인과 수면 부족이 교정되지 않으면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보충제는 마지막 단계이지 첫 단계가 아니다.
김 대표원장은 "눈밑떨림은 흔한 양성 증상이지만, 몸이 보내는 가장 먼저 보이는 자율신경 신호 중 하나로 봐야 한다. 한 달이 지나도 잡히지 않거나 떨림과 함께 두근거림·불면·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난다면 눈만 들여다볼 일이 아니다. 자율신경 시스템 전체의 균형을 평가하는 것이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