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20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앞서 여야 대치로 보고서 채택이 두 차례 무산되는 진통을 겪었으나, 이번 결정으로 한은은 사상 첫 총재 공백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신 후보자, 장녀 국적 논란 등 ‘신상 리스크’ 돌파…여야, 경제 엄중함에 합의
재경위는 이날 오후 국회 전체회의를 열고 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합의로 의결했다. 지난 15일 인사청문회 실시 이후 닷새 만이다. 국회가 채택한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신 후보자를 한은 총재로 임명할 수 있다.
앞서 신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것은 신 후보자의 신상 논란 중 자녀의 여권법 위반 의혹에 야권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신 후보자의 장녀는 영국 국적을 보유한 상태에서 2022년 한국 여권을 재발급받아 출입국 심사에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후보자의 장녀는 1999년 영국 국적 취득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으나, 27년간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았다.
여야는 관련 의혹에 대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보고서 채택을 유보해왔다. 신 후보자는 이후 장녀 출입국 기록 등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제출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사용 내역이나 민생지원금 수급, 청약 과정에서의 부당이득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여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경제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한은 총재라는 직위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흠집 내기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역할을 검증하는 자리였다”며 “장녀에 관해서는 이미 지난 16일 날 국적 이탈 신청을 주 뉴욕총영사관에 했고 오늘 영사관이 문을 여는 데로 여권을 반납하겠다고 했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 총재는 어느 때보다 원칙과 소신이 중요한 자리”라며 “보다 분명한 입장과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신현송은 누구?…중도 통합형 파격 인선 평가
신 후보자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거쳤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 국장으로 12년간 활동하며 통화 정책 관련 연구 결과를 다수 발표했고, 글로벌 경제계 주요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해 왔다.
대부분의 경력을 해외에서 쌓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이 대통령이 보수 정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신 후보자를 한은 총재 후보에 지명한 것은 중도 통합 시도 중 하나라는 평가다.
앞서 지난달 청와대는 인선 브리핑에서 신 후보자에 대해 “학문 깊이와 실무 통찰력을 모두 갖춘 국제 금융과 거시 경제의 세계적인 권위자”라며 “중동 사태로 인해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국민 경제 성장이라는 통화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적임자”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창용 총재 퇴임 “마음 무겁다”…향후 적극 소통 행보 시사
전임 이창용 총재는 이날 오전 이임식을 진행했다. 4년간의 임기를 마친 이 총재는 “아직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아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신임 총재와 함께 외환·금융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킬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 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국내에 머물며 경제평론과 자문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 총재는 “연구뿐 아니라 경제평론과 자문 역할을 할 생각”이라며 “어떤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낼지는 상황에 따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튜버 활동 가능성이 거론된 데 대해서는 “농담이 진담처럼 와전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가만히 있으면 알아주는 세상이 아닌 만큼,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명확히 이야기하는 것이 제 스타일”이라며 향후에도 적극적인 소통을 시사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